아버지는 무디고 어머니는 분주하다고 생각했는데... 가능성에 대한 어떤 깨달음
부산에서 국어 교사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 6년을 살았다. 그 기간 작은 내 방에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책이 쌓여 갔는데, 책장을 놓을 공간이 없어 박스에 책을 쌓아두고 지냈다.
서울에서 살아보겠다고 했을 때는 굳이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야겠냐고, 내 아들이지만 내가 참 독특한 애를 낳은 것 같다고 말하셨다. 그럴 때 나도 부모님과 내가 분명히 유전자로 이어져 있는데 인생의 초점과 욕망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그렇게 나는 서울 성북천이 흐르는 조용한 동네에 9평 정도 되는 분리형 원룸을 구했다. 서울의 공공자전거 '따릉이' 정류장이 코앞에 있었고 자전거로 10분이면 새로운 학교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개학하기 한 달 전 미리 이사를 했고, 그때부터 내 방을 꾸미기 시작했다. 꼬박 2달을 넘게 방을 꾸미는 데 시간을 썼다.
그렇게 페르시안 카펫이 깔려있고 원목 가구로 가득 찬 내 방을 완성했다. 침대 위에는 무늬 없는 짙은 초록색 이불을 깔았고, 책을 읽거나 멍때릴 때 좋은 1인용 소파도 샀다. 방 한쪽에는 바다와 푸른 나무가 함께 있어 마음이 편안해지는 커다란 사진 액자를 놓았다.'이제 방이 완성됐구나.' 그런 느낌이 왔던 날, 괜히 소파에 앉아 방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을 손으로 쓰다듬기도 했다. 모든 걸 완성하고 나니 어쩌다 내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어쩌다 교사가 되었고 서울까지 왔는지, 이런 공간을 꾸미고 싶은 욕구는 어디서 생긴 건지 여러 생각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자취의 외로움과 자유로움을 오가며 여름을 보내는 동안에도 그날 책장을 만지며 떠올린 의문들을 종종 생각했다.그해 추석 연휴에 부모님이 서울로 오셨다. 서울살이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셨고, 평생 경상도에서만 살면서 말로만 듣던 서울을 아들 덕에 구경해보고 싶다고 했다.
"힘들제. 하루에 다 치우지 말고 천천히 해라. 그래도 집이 작아서 금방 할끼다. 그리고 식아. 내 가구 좀 골라도. 원래 니 방에다가 엄마도 책꽂이 놓고 서재처럼 만들어 볼라고. 맨날 밥상에 앉아서 뭘 읽고 쓸라니까 힘들어서."어린 시절 어머니는 매일 네모난 밥상에 앉아 가계부를 썼다. 너무 당연해서 지나쳤을 뿐 엄마는 늘 뭔가를 읽고 썼었다. 집 여기저기에도, 장사를 하던 계란 가게 벽면에도 온통 메모가 붙어 있었다. 거기엔 또박또박 엄마의 글씨로 옮겨 쓴 부처님의 조언이 있기도 했고, 요리책에서 발견한 비법 레시피가 적혀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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