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대상으로 하는 강연의 말미에 제가 꼭 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왜 키우는지를 묻습니다. 대부분의 엄마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 좀 당황스러워 합니다. 이미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우고 있는 엄마에게 아이를 왜 키우는지를 묻는 것이 그리 적절한 질문이 아니라고 여긴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를 더 잘 키우는지를 묻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어찌보면 우문과 같습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이유가 어디에 있나요. 그때 쯤 저는 보충질문을 합니다. 아이를 키워서 무슨 영광을 보고 싶은지 말입니다. 아이를 잘 키운 후 엄마로서의 기대나 보람 같은 거 말입니다.
제가 좀 억지스러운 질문을 한 의도는 여러분이 전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아이를 교육하는 방식과 후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교육하는 방식이 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두 질문의 차이는, 아이를 잘 키우려는 것에는 둘 다 똑같지만, 나중에 커서 아이가 효도를 하라는 교육을 일정 부분 포함시킬 것인지의 유무인 것 같습니다. 저는 자녀 교육문제가 ‘아이의 미래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 당장 엄마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아이의 미래문제라는 것은 바로 이해가 되는데 지금 당장 엄마의 문제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금방 와닿지 않을 겁니다. 우리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또 우리 아이가 미래에 남부럽지 않게 잘 살게 하기 위해서 엄마로서 현재 아이 공부에 올인한다면 이것은 아이의 미래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위의 이야기는 제가 좀 극단적으로 묘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진실이 일부 숨겨져 있기도 합니다. 결론은 엄마가 그 지역 커뮤니티에서 기 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려면 아이 공부가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 성적이 엄마의 권력이요, 엄마의 자존심’입니다. 또 아이 성적이 엄마의 훌륭함, 유능함을 보여주는 일종의 잣대라고도 볼 수 있구요. 여기서 잠시 옆길로 빠져서 엄마가 아이 성적에 목숨을 걸게 하는 심층적 이유, 즉 거의 무의식적 이유를 한번 따져 보겠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수로는 개인적, 사회문화적, 경제적 등 다양한 요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변수들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상수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뇌인지구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것은 개인의 뇌인지적 구조가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차원에서의 집단적 뇌인지구조라고 봅니다. 일종의 패러다임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 미분화된 공통영역이 클 수록 우리는 ‘정’이 많다고 합니다. 네것 내것을 잘 구별하지 않는 사람을 정이 많다고 해요. 반대로 네것 내것을 칼 같이 구별하면 섭섭함을 넘어서 자칫 ‘한’이 생깁니다. 특히 같은 핏줄이나 가까운 사이에서 네것 내것을 따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한이 맺히고 나중에 원수가 되어버립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엄마가 스스로 무덤을 판다는 섬뜩한 경고는 무슨 뜻일까요? 엄마의 일생을 따라 잠시 시간여행을 해보면 그 말의 뜻을 곧 알게 될 겁니다. 여러분은 한때 우아하고 화려한 싱글이었죠.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애 낳고 아이 키우면서 지지고 볶고 하는 사이에 세월은 가고, 어느새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엄마 품을 하나 둘 떠납니다. 그때 쯤 빈집증후군과 더불어 중년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생깁니다. 그러다 더 빨리 세월이 지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자신이 우아하고 화려한 싱글이 아니라 어느새 외롭고 쓸쓸한 싱글이 되어 있습니다.
또 아이가 일본에 출장을 갔다가 좋은 온천에 들리면 아이는 곧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여기 온천이 너무 좋아. 다음에 꼭 같이 와요” 라고 합니다. 어릴 때 여행 가서 엄마랑 물장구 친 옛기억이 되살아난거죠. 엄마는 자녀의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일본 온천 갔다온 것과 같습니다. 이게 자식 키운 보람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아이가 뭘 보거나 뭘 할 때마다 엄마가 생각나 한걸음에 달려오는 아이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때 자녀의 반응을 한번 보겠습니다. 참고로 아래 두 아이는 다 꽤 괜찮은 경우입니다. 어쩌면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그건 비극입니다.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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