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어원 돌보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관심을 가지고 보살 피다'로 되어 있다. 1980년, 아직 어린이집이 없던 시절. 일꾼교회에서는 여성의 사회활동을 돕고자 1일 9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선교원을 시작했다. 처음엔 사회학을 전공한 교사가 어린이들을 보살폈으나 안전사고가 생겨 전문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
1일 9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선교원을 시작했다. 처음엔 사회학을 전공한 교사가 어린이들을 보살폈으나 안전사고가 생겨 전문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담임 목회자인 여자 목사를 만났다. 이를테면 일종의 면접이었는데, 목사는 대뜸 내게 어머니들의 조직을 맡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들 모임이라면 '자모 회의' 일 텐데, 그것은 내 주된 관심사이기도 했다. 졸업 후, 몇 년의 경험을 통해 어린이 교육, 특히 취학전 교육은 부모 교육이 동반되지 않으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던 터라 흔쾌히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며칠 후, 눈빛이 날카로워 형사 같다는 말을 듣는다는 남자 목사가 웃으면서"서울서 다닐 수 있겠어요? 이 동네에 방을 하나 구해서 자취라도 하셔야지..."라고 내게 말했다. 그렇게 나의 민들레집 생활이 시작되었다. 출근 첫날, 통신문을 각 가정으로 보내 주말 저녁에 자모회의 소집을 통보했다. 새로 온 교사가 궁금했는지 일을 나갔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집을 빼고는 거의 참석했다. 참석률을 보고 놀란 여자 목사는 마뜩잖아하던 며칠 전과는 달리, 서울서 온 아주 훌륭한 선생님이라며 나를 추켜 세웠다. 낯간지럽고 어색했지만 형식적인 인사라 생각했다. 나는 우선 자모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누군가 말했고 이구동성으로 모두 동의했다. 아, 이분들은 서울을 동경하고 있구나! 그리고 지금까지 교사가 자주 바뀌어 불안한 마음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나는 자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교회 1층에는 교회 사무실, 주방, 그리고 방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민들레 어린이선교원' 생활이 반년 지나 새 학기가 되었다. 신입생 모집을 했는데, 소문이 나서 지원자가 많이 몰렸다. 우리는 설립 원칙에 따라 부부가 일하는 가정 중에 형편이 더 어려운 가정의 아이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리고 가정 방문을 거쳐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또 일일찻집을 하거나, 삼계탕, 곰탕 등을 만들어 팔고 동네에 먹거리장을 열어서 김밥부터 부침개, 국수까지 정말 안 해본 장사가 없을 정도였다. 주변의 인맥을 동원해서 모금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민들레 공간이 마련되었고, 그 공간은 낮에는 취학 전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 오후 5시부터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의 공부방으로 사용되었다. 아이들이 없는 주말과 저녁 시간은 엄마들의 사랑방이 되었다.사십 여 년이 흐른 지금도 민들레는 존재한다.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들레 엄마들은 존재하기 위해 뭉쳤고, 뭉치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그 민들레 공간에서, 식사 당번을 할 때는 아이들에게 '엄마 선생님'으로 불렸다.
강정순, 강형숙, 김관숙, 김귀남, 김만순, 김순분, 김영희, 김정애, 박동순, 서성남, 신월성, 이경순, 이해진, 이현자, 유필남, 정봉자, 정순애, 정영례, 정영암, 정영자, 조경아, 조영금, 최경숙외 친목회원, 어린이집과 공부방 자모, 그동안 활동한 실무자들과 자원교사, 그리고 보이게, 또 보이지 않게 후원해 주신 후원회원님들.그래. 보름달. 일 년 중 가장 달이 크고 밝다는 팔 월 대보름. 이렇게 밝은 보름달을 보면 나는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삼십여 년 전이다. 산동네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근무할 때, 꼭 이맘때였다. 추석을 지내고 나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명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다.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이 저마다 인상 깊었던 명절 이야기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소통을 경험하게 하려면 한 사람씩 발표하고 이야기를 들어야겠지만, 사십여 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듣는 것은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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