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책 │ 소설가 이기호첫책 20주년 앞둔 작가 이기호 불교→기독교→문학 ‘개종’ 거듭‘믿음’과 소외사회 경쾌한 조롱“출간 뒤 한번도 펼치지 못했지만…”이기호식 ‘해학적 사실주의’ 신호탄
이기호식 ‘해학적 사실주의’ 신호탄 내년 출간 20주년이 되는 이기호 작가의 첫 책 ‘최순덕 성령충만기’는 제목 때문에 종교 코너에 진열되기도 했다. 사진 작가 제공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자라났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할머니 손잡고 가평 운악산 현등사를 종종 찾았고, 구구단 외울 무렵부터는 아버지와 함께 치악산 초입에 있는 국향사에 다니기 시작했다. 집안 분위기로만 보자면 나는 ‘절 오빠’가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하여간 아이들 인생 망치는 데 ‘친구’만 한 것이 또 없어서, 망할 우정 덕분에 고등학교 입학 무렵 기독교로 개종했다. 원래 주사파든 보수 원조든, 개종한 친구들이 가장 악랄한 법. 그때부터 성경책을 제법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누가 누구를 낳고 누가 누구를 계속 낳는 부분만 무사히 넘어가면 성경책은 꽤 드라마틱하고 서사가 강렬한 이야기책이었다. 성경책만 열심히 읽은 것은 아니었고, 금요 철야기도도 부흥회도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그리고 후에 아내의 손에 이끌려 만나게 된 동네 목사님 역시 내 첫 책 제목을 들으시곤 “아아, 제목만 들어도 너무 좋네요. 성도님, 제가 꼭 읽어보겠습니다”라고 말해서 나를 긴장시켰다. 나는 첫 책이 나온 이후, 단 한 번도 그 책을 펼쳐보지 않았다. 너무 서툴고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여지없이 보여서, 제대로 눈을 둘 곳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그 책을 볼 때마다 없는 뱀을 두려워하던,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연기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그게 매번 섬뜩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님은 아무 잘못 없었다. 이기호 소설가 ■ 그리고 다음 책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아내에게 결혼 선물로 주려고 급하게 낸 책이었는데, 표제작이 저렇게 뽑히는 바람에 난처해져버린 기억이 있다. 그래도 준비한 선물이니까, 결혼식 전날 슬쩍 내밀었더니 아내의 눈이 금세 붉게 변해버렸다. “이게 딱 내 마음이야.” 아내는 먼저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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