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무례함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하나둘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자기가 존중받지 못했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며 끄집어냈다.'
4학년 사회시간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편견과 차별'에 대한 수업을 할 때였다. 교과서에는 인종, 장애인, 성, 나이에 대한 차별 등 다양한 차별의 사례가 나와 있었다. 아이들과 책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가다 아이들의 눈에는 세상의 어떤 차별이 가장 크게 보일까 궁금해졌다.사회에서는 젠더 이슈가 끊이질 않는데 혹시 아이들도 생활 속에서 성차별을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지 내심 알고 싶어 던진 질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들 답은 의외였다.교과서에는 '나이에 대한 차별'을 설명하는 삽화로 나이가 많아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모습이 제시되었다. 나이가 어려서 차별받는 예시는 나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다른 어떤 차별보다 '어린이 차별'이 가장 와닿는 문제였다.
내가 아이들이 해준 말에 유난히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은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혼자 동네 마트에 가서 두부 사오는 심부름을 하고, 조금 늦은 저녁 시간에 혼자 학원을 다녀오는 생활을 한다. 주말에는 혼자 외출하여 친구들과 두세 시간씩 축구를 하고 돌아온다. 그런데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혼자 다닐 때 꽤나 불친절하고 무례한 어른들이 많다고 말하는 거다. 쉽게 대항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약점을 이용해 교묘하게 함부로 대하는 어른들이 있었다. 차별 받는다고 느낀 상황에 놓였을 때 아이들이 느꼈을 불안감과 억울함이 상상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내가 몹시 미안해졌다.그랬더니 아이들은 금세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이렇게 말한다.약자 앞에서 보이는 모습이 진짜 나세상에는 무례한 사람도 있고 친절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 행동이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면, 특히 아이들을 상대로 그러하다면, 너무 비겁하지 않나. 존중받지 못했던 경험에 대해 괜찮은 사람은 없다. 반드시 상처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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