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국제면 뉴스로 미국의 어느 교도소가 재소자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실시한 특별 프로그램이 보도된 적 있다. 흉악 범죄자들이 수용된 교도소에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 고양이를 데려와 돌보게 했더니 재범률이 현저히 낮아지고 많은 이들이 갱생하는 계기가...
몇 해 전, 국제면 뉴스로 미국의 어느 교도소가 재소자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실시한 특별 프로그램이 보도된 적 있다. 흉악 범죄자들이 수용된 교도소에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 고양이를 데려와 돌보게 했더니 재범률이 현저히 낮아지고 많은 이들이 갱생하는 계기가 됐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이하게 얼마 전부터 작업실에서 묘한 소음이 관측된다. 후유증으로 환청이 들리나 긴장한 용희는 상담과 진료를 받지만, 담당의는 혹시 작업실에 뭐가 있지 않냐고 진단한다. 반신반의하며 오랜 고심 끝에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는 오래된 집 지붕에서 물이 새는 것을 확인한다. 그런데 구석에서 뭔가가 꼼지락거린다. 새끼 고양이가 느닷없이 튀어나온다. 놀라서 바닥에 넘어진 용희는 설상가상으로 고양이 알레르기도 있는 처지다. 당장 고양이를 내보내려 하는데 재인이 진상을 실토한다. 자기가 혼자 공터를 배회하는 고양이를 발견해 몰래 데려온 것이다. 자식의 성화 탓에 당장 내치진 않지만, 굳이 기를 생각은 추호도 없다.
21세기 초부터 일정한 지분을 유지하는 '힐링 치유' 장르 역시 범주를 같이 한다. 과 는 요즘도 유행하는 '먹방' 원조이기도 하지만, 숨 가쁘게 속도 경쟁에 올라탄 이들에게 '일단 멈춤', '내려놓음'의 숨 쉴 틈을 제공하는 순기능이 우선순위다. 유독 개인이 소외되고 '다름'이 터부시되는 한국과 일본에서 해당 경향이 인기를 지속하는 것도 살펴볼 구석이다. 먹방과 함께 해당 기능에 특화된 두 번째 소재가 바로 반려동물 에피소드다. 고양이 돌봄이 그런 치유 과정의 중심이지만, 제작진은 오밀조밀하게 필수 기능적 요소들을 끌어와 결합한다. 어린 자녀를 돌보는 과정과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과정이 상호 교차하며 합력을 배가한다. 생업을 손에 놓고 있던 용희는 몸을 써가며 목공작업에 매진하는 로언과의 교류를 통해 생산적 긍정 에너지를 충전한다. 한편 직설적인 로언이 직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공회전을 세심한 용희가 보좌하는 뜻밖의 역할도 발견된다. 그렇게 과거의 상처를 짊어진 이들이 틈새를 메우고 위로하며 곡절 속에 부활할 채비를 갖춘다.영화는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2시간을 가득 채운다. 한국 독립영화의 상징적 이미지, 극단적 갈등과 경쟁에서 낙오된 이들의 비극 대신 지친 이들과 낙오한 존재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정서적으로 선물하는, 연민으로 출발해 연대로 확장을 꿈꾸는 명확한 목표치를 지닌 작업이다. 이미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진 이들이니 굳이 더 시련을 얹게 하는 건 못할 일이란 제작진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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