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으로 1980년 광주 봄의 맥락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존의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불안감이 겹쳐 44년 전 군사독재를 떠올리게 하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차디찬 바람만이 서성대는 겨울의 중턱이다. 이런 계절엔 동구 밖 온도가 두려워진다. 더구나 사는 게 힘들 때면 으레 지난봄의 정령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따뜻함이 그립고, 새 세상이 그립다. 그 바닥엔 희망이 자리 잡고 있다. 추위를 견뎌내면 봄이 온다는 것, 고통을 이겨내면 반대급부의 일이 생길 거라는 소망 말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1980년 봄도 그러했다. 민주화 를 꿈꾸는 이들은 1980년을 '서울의 봄'이라고 불렀다. 잃어버린 세상을 다시 찾은 것 같아서… 2024년 12월 3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노동현장에 있었다. 춥고, 배고프고, 피곤했다. 가뜩이나 집을 팔고 월세로 이사한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은 때라 매우 심란한 상태였다. 집주인이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집주인에게 돈을 내야 하는 현실이 슬펐다. 결국 화살은 정치 쪽으로 돌아갔다. '나라를 똑바로 운영해야지, 썩을 놈들. 지금 돌아가는 경제 꼴이 이게 뭐냐고.
그런데도 허구한 날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이게 도대체 나라인가.' 세살이로 내려앉은 신세타령을 정부 탓으로 돌린 건 비단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실상이 그랬다. 연일 뉴스를 보면 이곳저곳, 구석구석 경제수치는 마비되어 가고 있었다. 저변의 사람들도 사는 게 힘들다며 아우성이었다. 죽어라 일을 해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건 희망이 소진돼 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무소불위의 권한 꿈꿨던 윤석열 그날 밤, 중노동을 마치고 퇴근한 후에도 잡일은 이어졌다. 이삿짐 정리가 미처 끝나지 않아 집안이 아수라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TV 뉴스를 보고 까무러칠 뻔했다. '윤 대통령 계엄령 선포' 순간, 1980년 5월 광주의 봄이 오버랩 됐다. 44년 전 그 붉은 봄이 떠올랐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계엄령 발동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처음엔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 그것도 찌라시 수준을 뛰어넘어 아주 저급한 음모론이라고 생각했다. 계엄령은 쿠데타, 내전, 반란, 전쟁, 폭동, 국가적 재난 등으로 인해 국가의 일상적인 치안 유지와 사법권 유지가 불가하다고 판단될 때 선포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44년 만에 상식적으로 믿기조차 어려운 계엄이 이 땅 위에 재현된 것이다. 탱크와 장갑차로 밀어붙이고 총부리로 정적을 없애겠다는 그 저열한 발상이 영화가 아닌 실화라는 게 충격적이었다. 우리에겐 학습효과라는 게 있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를 이겨냈고 민주화를 이뤄냈다. 정치의 민주화, 사회의 민주화, 세계평화질서의 민주화 말이다. 박정희의 18년 독재, 전두환의 독재 이후에 독재는 영원히 종식된 줄 알았다. 그런데 대명천지에 계엄의 총부리가 겨눠졌다. 독재는 민주적인 절차를 부정하고 통치자의 독단으로 행하는 정치를 이른다. 고대 로마의 체제,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일본의 군국주의 따위가 그 전형이다. 2024년 12월3일 내란은 1979년 12월12일 군사반란의 변종처럼 느껴졌다. 그때와 지금의 반란은 결이 같았다. 당시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세력은 내란과 폭동을 저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저항하는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했다. 1980년 5월 18일 0시를 기해 일체의 정치활동 중지, 언론통제, 대학 휴교, 영장 없는 체포, 구금 등을 내용으로 하는 포고령 10호를 발표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함은 물론, 체포와 구금, 압수수색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포고한 것이다. 2024년 12월3일 밤 11시에 내려진 계엄사령관 명의 포고령(제1호)은 전두환 군부가 실권을 쥐었던 1980년 5월17일 발표된 '포고령(제10호)'를 베낀 것처럼 닮아있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시키는 것은 물론 정치적 결사나 집회, 시위를 금지했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며 언론에 대한 사전 검열을 예고했다. 의료인에 대한 본업 복귀와 위반 시 처단 경고도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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