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 넘은 아파트로 이사 후 벌어진 필연들 글쓰기모임 우연에서필연으로 선물 작은숲 김현진 기자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반구형 문진을 선물 받았다. 투명한 유리 구술 같은 문진 안에 숲이 있다. 온통 초록인 세계, 바람이 부는지 나뭇잎이 넘실거린다. 그 풍경이 눈에 익다. 언젠가 내가 보았고 사랑했던 숲과 닮았다. 마치 잃어버렸던 물건을 되찾은 듯, 잊혔던 숲이 알맞게 돌아온 듯 반갑다.
그걸 배경으로 두는 삶이라면 나쁘지 않을 거라 믿었다. 내부가 낡아 계약을 하고도 걱정이 많던 남편에게 남서향이라 저녁에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울 거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해가 저무는 풍경을 감상하는 생활을 상상했다. 봄이면 작은 숲에 여린 초록의 잎사귀들이 돋아나 싱그러운 바람을 일으켰고 그 너머로 보이는 산책로를 따라 벚꽃이 만발했다. 여름이면 작은 숲이 깊고 짙은 초록의 바다로 무성해졌다. 가을에는 울긋불긋하게 물이 들고 겨울에는 검게 빈 숲에 흰 눈이 쌓였다. 그곳을 나만의 작은 숲이라 불렀다. 집에 책이 많아도 책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었다. 하지만 이사를 하며 책이 큰 짐이라는 걸 알게 된 후 구매를 자제하게 되었고 가능하다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게다가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 달에 5권까지 신간 도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창 밖의 하늘과 숲이 좋아 이사를 결정했고 그 덕분에 도서관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을 부지런히 드나들다 글쓰기 친구들을 만났고 나와 다른 20대, 30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반경이 조금씩 넓어지는 기분. 그 집으로 이사를 가고, 도서관 수업을 들었던 우연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한 필연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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