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경기 구리시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남성 A씨가 여자친구를 감금한 뒤 수차례 강간하고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씨는 바리캉으로 상대의 머리카락을 미는가 하면...
피해자 충격에 실신…현재도 정신과 치료
A씨는 범행 직후 피해자 가족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고 이후 구속됐다. 가해자가 재판에 넘겨졌는데도 피해자는 줄곧 괴로움에 시달렸다. A씨가 대형 로펌 소속의 전관 출신 변호사 3명을 선임해 무죄를 주장하고, 도리어 피해자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제 활동가는 “가해자는 감금 당시에도 피해자를 협박하며 ‘나는 어떻게든 너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 ‘고소해봤자 돈이 많아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면서 “피해자는 가해자가 결국 큰 처벌 없이 풀려날까 봐 극심한 두려움과 공포감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당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에서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2심에서는 A씨 변호인이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 등으로 바뀌었다. 변호사는 재판 방청 연대로 힘을 모아준 시민들을 향해 “페미니즘 때문에 여성들이 뭉친 것이 아니냐, 재판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지난 7월 교제폭력 대책을 논의하는 여성의당 주최 토론회에 나와 증언한 피해자의 아버지는 “딸은 지금 손을 덜덜 떨어 숟가락질을 제대로 못하고, 환청·환시 증상까지 겪고 있다. 내가 일부러 거실에서 자면서 딸이 괜찮은지 계속 살펴보는 상황”이라며 “피해자가 누구랑 잠자리를 했다, 바람을 피웠다 같은 질문을 끝없이 받는 것이 과연 이 재판에서 필요한 과정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친밀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범죄는 애초 신고나 고소 단계에서 포기하는 암수범죄가 많다.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법정까지 오는 일이 드물다는 뜻이다. 이제 활동가는 “재판까지 어렵게 와도 가해자가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는 비율은 극히 낮고, 피해자 보호 조치도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교제폭력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인데도, 최근 여성 피해자 비율이 감소하는 반면 남성과 쌍방 피해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74.2%였던 여성 피해자 비율은 2022년 59.9%로 대폭 줄었다. 대신 남성과 쌍방으로 집계된 비율이 각각 18.2%, 21.9%였다. 젠더 위계에 따른 범죄라는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양시양비론적으로 접근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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