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외 요양보호사들이 쓴
누구나 노년에 대비해 이런 소망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내 집에서 무사히 죽을 수 있었으면.' 소망을 좀더 현실적으로 풀어 보면 어떨까. '어느 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혹은 '병원에 내원해야 하는데 누구에게 차를 태워 달라고 말해야 할까?'
책에는 돌봄 현장의 '맥가이버'이자, 생을 버텨낸 타인들이 지금의 삶을 충분히 지속할 수 있도록 동력이 되어 주는 프로들의 하루가 상세하게 펼쳐진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희생의 아이콘이 아닙니다'. 일곱 요양보호사들은 이력이 다르지만 '돌봄의 베테랑'이라는 점은 같다. 양로원과 요양원에서 15년 차 이사 일해온 김영희, 반려닭을 키우며 7년 차 요양보호사로 살아가는 68세 이분순 등 저자들은 대다수 60대 이상 여성이다. 을 읽다 보면 서비스를 주고받는 요양보호사와 어르신 특유의 고통스러운 풍경이 걷히기 시작한다. 같이 밥 먹고 스트레칭을 하는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돌봄에 얽혀 때때로 반가워지고 마는 두 사람의 표정이 눈에 선해진다. 거기엔 슬픔만 자리하지 않는다.나도 모르게 노년의 이미지를 생을 달관하거나 초월한 무엇으로만 여겨온 것인지, 일기를 읽다 가볍게 한 대 맞은 듯했다. 그의 문장을 살펴보면, 시설에 입소한 어르신들은 또 다른 곳에서 맺은 관계망 속을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회적인 존재들이었다. 세속적이고도 장난기 넘쳤다.
일곱 요양보호사들의 일기 끄트머리에는 세 연구자의 '동행 글'이 곁들여져 있다. 이 길잡이는 돌봄 노동에 헌신하는 요양보호사들을 둘러싼 사회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돕는다. 구어체로 쓰였으며 그들의 생활을 해석의 도구로 환원하지 않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연구자 김영옥은"치매와 함께하는 노년의 시간이 변화와 새로운 만남과 발견, 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시간"이라며 그 증거를 요양보호사들의 일기에서 선명히 만날 수 있음을 강조한다.시든 꽃도 젊은 꽃도 한데 키우자는 어르신의 말을 경청하는 오귀자, 초중고 검정고시를 치르려고 공부하는 시기에도 돌봄 현장에서 떠나지 않았던 김춘숙, 보호자들의 표정만 봐도 밤새 어찌 지내셨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데이케어 센터의 정찬미 등은 노년의 삶을 누구보다 두려워하지 않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나이 먹은 세대에게도 활기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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