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에겐 제가 가족이었나 봐요…'\r의사 노숙인 환자
지난 5일 하얀 가운을 입은 최영아씨가 말끝을 흐렸다. 2004년 한 경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던 순간을 이야기하면서였다. 경찰관은 “동사한 노숙자인데 소지품에 연락처라곤 하나뿐이었다. 가족이냐”고 최씨에게 물었다. 고인은 최씨가 3년간 치료했던 노숙인 이모씨였다.
간경화로 거동이 어려웠던 이씨가 병원을 찾아도 주민등록이 말소된 노숙인을 받아주는 곳이 드물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이씨가 마지막까지 연락처를 갖고 있었던 사회적 끈은 최씨가 유일했다. 최씨는 이 사건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회고했다. “가족처럼 나를 믿고 기대는 노숙인들을 위해 활동을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노숙인 외면에 직접 만든 무료 병원 환자 이모씨는 사망 직전까지 자신을 치료해준 최영아의 휴대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2003년쯤 이씨가 병원 의료진과 찍은 사진. 사진 최영아 최씨가 노숙인들을 처음 접한 건 1991년 무료급식소 봉사에서다. 이후 병원 레지던트로 일하면서도 응급실에서 노숙인들을 자주 만났지만, 의료보험 대상이 아닌 노숙인 환자는 불청객이었다. 지침에 따라 시립병원으로 옮기는 일이 잦았다. 최씨는 결국 2001년 다일천사재단의 도움을 받아 서울 동대문구에 다일천사병원을 차렸다. 병상 30여개를 갖추고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2009년에는 병원 바깥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서울역에서 노숙인을 진료하면서 주민등록이 말소된 노숙인에게 근로능력평가용진단서를 발급하는 일을 맡았다. 쪽방, 고시원 등 주거지를 제공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 이들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틈틈이 국회 등을 찾아 노숙인 복지 향상을 위해 목소리도 냈다. 2011년 노숙인복지법이 만들어지면서 전국의 모든 노숙인이 진료의뢰서를 수령해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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