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해체를 이끈 핵심 인물인 우크라이나 초대 대통령 레오니드 크라우츠크가 사망했다. 향년 88세.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10일 크라우츠크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예르마크 비서실장은 “크라우츠크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독립을 쟁취한 역사적 인물이자 현명한 애국자”라며 “그의 죽음은 슬프고 큰 손실”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매체에 따르면 크라우츠크는 지난해 6월 심장수술 이후 합병증으로 입원해 투병생활을 해 왔다.
크라우츠크는 소련 해체를 선언한 장본인이다. 소련은 1991년 12월8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크라우츠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스타니슬라프 슈슈케비치 벨라루스 최고회의 의장이 ‘벨라베슈 협정’에 서명하면서 공식적으로 종말을 고했다. 협정은 소련을 해체하고 느슨한 형태의 국가 연합체인 독립국가연합을 창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슈슈케비치 의장은 지난 4일 사망했다. 크라우츠크는 1934년 당시 폴란드 영토였던 우크라이나 서부의 농가에서 태어났다. 키이우대학 졸업 후 소련 공산당에 가입해 정치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소련 각지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나 혼란에 빠졌던 1990년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최고회의 의장에 선출됐다. 그는 1991년 8월 우크라이나 독립을 선언하고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소련에서 정치적 위상과 경제력이 두 번째로 높았던 우크라이나의 독립 선언은 소련 해체에 쐐기를 박았다고 평가된다.
소련 시절 배치된 핵무기 포기는 크라우츠크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서 내린 가장 중대한 결정이었다. 독립 후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핵무기를 세 번째로 많이 보유한 국가였으나 1994년 5월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했고,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1996년 6월까지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겼다. 우크라이나의 자발적 비핵화 결정은 냉전 종식 이후 핵확산 억지의 중요한 순간으로 평가받지만 우크라이나 안보 위기가 불거진 이후 ‘실수’였다고 비난받기도 했다. 크라우츠크는 2014년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우크라이나를 “수류탄을 든 원숭이”라고 표현했다. 서방과 러시아 양쪽으로부터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압박을 받았으며 핵무기 보유국의 의무는 감당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의미였다. 그는 돈바스 문제의 평화적 해결도 강조했다.
소련 시절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올리가르히의 부상과 정경유착, 부패 등이 발생했다. 흑해해운회사의 파산 책임이 가장 큰 오점으로 기록된다. 1994년 조기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레오니드 쿠치마에게 패했다. 크라우츠크는 부패 문제로 재선에 실패했지만 당시 우크라이나의 사례는 평화적 정권교체의 모범사례로 꼽혔다. 내전이나 장기집권 기미가 보이던 옛 소련 소속 다른 국가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았다. DW는 “평화로운 정권교체 선례는 우크라이나 독립 다음으로 크라우츠크의 중요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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