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동생 몸의 수많은 총상...43년 지나도 생생한 형의 회한 5.18 송암동 전재수 민주화운동 진제마을 소중한 기자
43년이 지났지만 전재룡씨는 이 세 글자를 쉽게 입에 올리지 못했다. 아홉 살 어린 동생에게 사준 새 고무신은 여전히 그에게 회한으로 남아 있다.1980년 5월 24일 광주 외곽의 진제마을. 재룡씨의 동생 전재수군은 마을 인근에서 친구들과 놀다 11공수여단이 난사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확인된 희생자 중 가장 어린 나이의 사망자다. 5월 21일 전남도청에서 광주 외곽 지역으로 물러난 11공수여단은, 5월 24일 주남마을에서 송정리 비행장으로 이동하던 중 송암동 인근을 지나며 이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① 우복부 0.5×0.5cm 사입구와 좌복부 7×5cm 사출구 있는 관통총상 ② 후대퇴부 0.5×0.5cm, 2×1cm 사입구와 6×10cm 후하퇴부 6×3cm 사출구 있는 관통총상 ③ 좌대퇴부 골절오른쪽 배로 들어가 왼쪽 배를 뚫고 나온 한 발의 총상.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일찌감치 자동차공업사에 취직한 재룡씨는 월급 1500원을 받으면서도 가족들을 살뜰히 챙겼다. 특히 어릴 적부터 명석한 모습을 보였던 동생 재수를 보며 '나는 못 배웠어도 니는 꼭 갈쳐야 겄다"고 생각한 재룡씨였다.1980년 5월 15일, 월급봉투를 들고 집으로 온 재룡씨의 눈에 동생의 늘어난 고무신이 보였다. 곧장 어머니에게 돈을 건네며"재수 새 고무신 하나 사주셔요"라고 부탁했다. 형이 사준 새 고무신이 생겼음에도 동생은 한동안 헌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 어쩔 것입니까. 동생이 쓰러졌다는디. 나는 동생이 살아있을 줄 알고 갔는디, 가서 보니까... 참 비참하드만요. 공수부대 애들이 지나가니까 첨엔 재수랑 애들이 손도 흔들어주고 했답니다. 거기다 총을 쏴브니까 무서워서 도망가던 중에 재수가 총에 맞았습니다. 한씨 선산이 약간 경사가 졌거든요. 도망치다가 고무신 하나가 벗겨져 브러서 그걸 주워서 다시 올라오다가..."
효덕초등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던 김문수군은 어깨와 허리에 총상을 입었다. 진제마을 집에 머물던 노득기씨는 갑작스레 날아든 총알에 어깨를 맞았다. 윤영화씨는 효덕초등학교에서 인성고등학교 인근으로 이동하던 중, 김영묵·최철진씨는 벽돌공장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김행남씨는 칠면조 농장에서 일하던 중 총상을 입었다.동생을 가매장한 후 열흘쯤 지나 관공서에서 재룡씨 가족을 찾아왔다. 사인을 알아야 하니 시신을 병원으로 옮기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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