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의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어느 날, 남녘의 보물 같은 섬, 진도에 아담한 성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보았다. 멀고 먼 남도의 천 리 길은 언제나 상념에 젖게 한다. 섬 끝자락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성은 1438년에 만호가 파견되어 성곽이 쌓이게 되었다.
10월 중순의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어느 날, 남녘의 보물 같은 섬, 진도에 아담한 성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보았다. 멀고 먼 남도의 천 리 길은 언제나 상념에 젖게 한다. 알 수 없는 애잔함이 안개처럼 덮쳐온다. 붉은 흙빛 때문일까? 아니면 수도 없이 왜구의 침범을 겪은 땅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처절히 산화한 동학군의 눈빛이 아직도 아물지 못한 5.18을 떠올리게 하는 것일까? 비스듬히 누워있는 섬 끝자락에 성은 앉아 있다. 10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아린 세월호, 팽목항이 여기서 지척이다. 팽목항 아래 서망항 남산에서 시작된 산자락이 서-북-동 3면을 둘러 감싸 분지를 만들었다. 남쪽으로 바다가 열린 둥그런 분지 한가운데 돌로 쌓은 성이 있다. 'S'자로 꺾여 바다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 옛 이름이 남도포 란다. 복숭아꽃 만발한 남녘 포구라니, 봄 풍경이 문득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내 안타까움이 밀려든다.
무릉도원의 꿈보다, 왜구의 극악한 노략질에 얼마나 시달렸을까? 왜구는 고려 시대에도 골칫거리였고, 14세기 이후에는 진도를 비롯한 서남해안이 황폐화했다. 이렇게 해서 남도포에도 1438년에 만호가 파견되어 성곽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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