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민 10년차들을 만나다] 제주 종달초등학교 학부모회장 김태희씨
보호자가 학교를 자주 가는 건 민폐라고 생각해왔다. 치맛바람이 횡행하던 시절에 학교를 다닌 사람의 선입견이라고나 할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나는 웬만하면 학교에 가지 않았다. 우연히 책 읽어주는 활동을 시작한 뒤에야, 학교를 드나드는 보호자들이 봉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보호자는 교육의 3주체 중 하나고, 학교에는 늘 손이 부족하다. 누군가의 봉사 없이 돌아가지 않는 일들이 학교에 존재하는 것.
처음에는 연고가 있는 서울, 양평, 전주 등을 주거지로 생각했어요. 근데 학교를 가보니 너무 큰 거예요. 아프리카에서는 규모가 작은 국제학교를 다녔거든요. 독립적인 우리만의 방식으로 살 수 있고, 아이들이 문화적 충격을 덜 받는 곳을 생각하다가 제주를 떠올렸어요.""여러 학교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그 중 가장 친절하게 상담해 준 학교 쪽으로 이사를 결정했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학교가 통폐합 위기였더라고요. 저는 아이가 그때 넷이었으니까, 학교에서 더 환영했던 것 같아요. 에티오피아에서 자궁외임신으로 죽을 뻔한 적이 있거든요. 배가 아픈데 원인을 모르겠고, 임신테스트기도 없어서 임신인지도 몰랐죠. 복통을 참고 참다가 당시 새로 생긴 종합병원을 찾아갔어요. 가자마자 수술대에 올라갔죠. 몇 분만 늦었어도 쇼크사를 당했을 거라 하더라고요.
당시 유치원생이었던 셋째는 급식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어요. 아프리카에서 다양한 한국 음식을 해주지 못했거든요. 조가 들어간 밥만 봐도 이걸 어떻게 먹느냐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죠. 아이들이 수업은 어려워했지만 학교는 무척 좋아했어요. 남편과 저는 공부로 스트레스 줄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가 적응하는 기간이라 괜찮다 생각했어요. 제 꿈은 좋은 어른이 되는 거예요. 제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성장하도록 도왔을 때 그걸 본 아이들도 사랑과 존중을 자연스럽게 배워갈 거라 믿어요. 그 아이들이 성장해 공동체에 속하면 하나의 촛대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 생각해요. 그게 제가 이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저는 솔직히 뼛속까지 이기적인 사람이거든요. 제 뇌는 제 입장만 생각하지 남을 고려하는 구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제가 이런 꿈을 품게 된 건 부모님 덕분인 것 같아요. 워낙 자식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남에게도 잘 베푸는 분들이셨어요. 저희 외가가 다복해서 십 남매가 넘는데, 조카들 중에 저희 집을 거쳐 가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거든요. 그런 부모님을 만나서 이런 꿈을 품은 어른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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