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트랜스젠더 장관, 고통에 민감한 민주주의자가 되기까지 [여여한 독서]

결국 한 사회를 살 만하게 만드는 것은 세계적인 인재나 기술보다 포용이란 사실을 다시금 배웠으니, 내 어찌 대만을 좋아하지 않으랴. 📝김이경 (작가)

대만에 대해선 전부터 호감 어린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내 소설책을 번역 출판한 나라니까 당연하지만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더 큰 이유는 죽음 공부를 하면서 대만이 일찌감치 자연사법을 제정하고 호스피스를 확대한, 아시아에서 죽음의 질이 가장 좋은 나라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죽음을 소외시키지 않는 나라는 다른 문제에도 열린 태도를 취하는데 대만이 그렇다. 일찍이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허용했고,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인정했으며, 노후 원전은 물론 완성 단계의 원전도 폐쇄할 만큼 반핵에도 열심이다. 같은 유교문화권이고 일본의 식민 지배와 독재를 겪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 역사를 가진 나라가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해가는 동력이 궁금했다.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학교와 상점을 봉쇄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감염병을 관리하는 모습도 놀라웠고.

뛰어난 프로그래머였던 오드리 탕은 10대에 이미 회사를 여러 개 창업했고, 애플과 옥스퍼드 대학 출판국의 고문을 맡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 성공에 안주하는 대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자신이 학교를 떠나서도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같은 공유 사이트를 통해 공부할 수 있었듯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무료 공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앞장섰고, 더 나아가 공공 데이터를 이용해 정부와 정책을 개선하는 ‘시빅 해커’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갈라진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 2012년 탕은 또 다른 걸출한 시빅 해커 치아량 카오와 함께 g0v라는 오픈소스 플랫폼을 만들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방대한 자료를 올려놓고 무조건 믿고 따르라 홍보하는 정부에 반대해, g0v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복잡한 자료를 시각화해 공개했다. 투명한 정부,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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