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불평등, 특히 지역 간 격차를 보여주는 기사입니다.
추모와 애도로 시작한 을사년, 한국 사회 는 시민들의 실력으로 지탱하고 있다. 지난 12월 29일 정부와 여당, 그리고 제주항공이 활주로 이탈 사고를 '무안공항 사고'로 부르려 들자, 시민들은 재빠르게 나서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라고 불러야 온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몇 년 사이 사건을 어떻게 호명하는지가 재난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반복되는 참사를 겪으며 생존자들의 고통과 연대로 쌓아 올린 잔혹한 경험치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 사건을 '무안공항 사고'로 호명하는 데에는 노골적인 지역 혐오가 담겨 있다. 사고 원인을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근거 없고 무례한 말들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졌다. 철새 도래지에 인접해 설치된 공항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며 지역에는 공항을 그만 지어야 한다고 말하거나, 지역 균형발전을 핑계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항을 세운 탓이라는 말들이 그렇다.
이런 무례한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끊임없이 지역을 타자화하며 사람, 자원, 권력이 집중된 수도권의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 '폭력'과 어떤 합리성이 자신들의 뒤에 있음을 의심치 않는 '뻔뻔함'이다. 비슷하게 '재밋거리'로 소비된다지만 서울공화국의 시민권이 없는 사람에겐 조금도 웃기지 않은 말, 글, 밈(meme)이 많다. 서울 면적의 세 배가 되는 제주도를 '귤' 따위로 적어 놓은 지도나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을 '노인과 바다의 도시'로 호명하는 기사의 제목은 누구를 독자로 상정하나? 귤이 나는 섬에서도 아이가 태어나고 부산의 경제 상황은 숱한 청년의 삶을 뒤흔든다. 그렇기에 그 '재밋거리'들은 즐기는 사람들의 위치와 인식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치 광장, 서울만 독점할 이유 없어 얼마 전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에 대한 연구를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가임기 여성 수가 적은 의료 취약지에서 산부인과가 운영되도록 국가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취약을 지역의 특성으로 여기는 관료들은 지역의 구체적인 박탈을 도저히 상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서울 한복판 병원에서는 임신부를 위한 온갖 이벤트 상품까지 따라붙는다지만, 여전히 분만 취약지에서 마주하는 산전 진찰 길은 고생스럽다. 그러나 자신은 이용할 수도 없는 임신-출산 지원사업의 긴 목록을 보며 황망함을 느꼈던 여성의 사례는 그저 여러 곤란 중 하나 정도로 치부될 뿐 갈 길을 잃었다. 자리에 있던 한 고위 관료는 모든 정부 정책에서 지역 간 접근성 격차는 마찬가지이고,'세종에서는 돈이 있어도 택시를 부를 수가 없어 더 힘들다'고 말했다. 현실이 이토록 얼토당토않기에, 자본주의 국가의 자본 축적전략과 그로 인해 박탈된 삶의 조건을 구조적 부정의로 짚어내기란 언제나 너무 어렵다. 한 신문의 칼럼 코너명 '서울 말고'를 볼 때마다 마음이 복잡하다. 서울 말고도 전해야 할 사연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니 칭찬이라도 해야 할까? 하지만 '서울 말고'라는 호명은 결국 그 언론이 전달하는 세상이 서울과 서울 아닌 땅으로 나눠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화를 팔팔 내지 않고서는'어디에 살든 고달프긴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초점 없는 눈을 향해 불평등을 말할 틈이 나지 않는다. 국가가 '어디든'이 아니라 서울을 잘 살게 만들기 위해 빼앗아 버린 지역의 삶이 불평등하다고 말이다. 주말마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정치적 광장을 서울만 독점할 이유는 없다. 2024년 12월 마지막 토요일 부산에서는 서면에서 남구 대연동까지 행진이 이어졌고, 박수영 국회의원(국민의힘) 사무실 앞 광장이 열렸다. '국회의원 쫌 만납시다'란 책을 낸 이가 찾아온 시민들을 외면하며 방 안에 숨어버렸기 때문이다.'마! 쫌!' 내려와 이야기하자는 시민들은 부산 지하철 2호선 대연역 인근 도로를 가득 채웠고, 남태령 대첩에도 참여했던 20대 여성들은 마이크를 잡고 올라와 벅찬 목소리로 민주주의와 연대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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