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인생에서 서른살은 어떤 의미일까. 청년도 아니고 장년도 아닌 애매모호한 지점이다. 그 모호성이 기쁨보다는 슬픔의 정서를 자아낸다. 서른살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인식도 비슷하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
인생에서 서른살은 어떤 의미일까. 청년도 아니고 장년도 아닌 애매모호한 지점이다. 그 모호성이 기쁨보다는 슬픔의 정서를 자아낸다. 서른살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인식도 비슷하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라고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를 통해 서른살은 ‘이별’의 나이라고 노래했다.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소설 ‘삼십세’에서 “무엇인가 불안정해져 간다. 스스로 젊다고 내세우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라며 서른살을 인생의 회색 지대로 봤다.1990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입성을 꿈꾸는 29살의 작곡가 존은 서른번째 생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신이 작곡한 뮤지컬 ‘슈퍼비아’ 워크숍을 앞두고 그의 귀에는 ‘틱틱’거리는 시계 초침 소리가 맴돈다. 마감을 앞둔 창작자의 강박이 만들어낸 환청이다. 한층 더해 워크숍을 앞둔 그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그를 옥죈다. 아버지는 전화만 하면 “나 죽기 전에 취직해라”며 성화다.
‘틱틱붐’은 뮤지컬 ‘렌트’의 작곡가로 알려진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로, 그의 유작이기도 하다. 2021년 앤드루 가필드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도 높다. 2001년 한국에서 초연됐고, 이번 작품은 2010년 공연 이후 14년 만의 컴백작이다. 주요 인물인 존, 마이클, 수잔 3인극으로 소극장 위주의 공연을 해오다 이번에는 첫번째 대극장 공연에 걸맞게 8인극으로 규모를 키워 앙상블을 강화했다.2시간 동안 존을 연기하는 배우는 한번도 퇴장하지 않는다. 존을 연기한 배두훈은 “매일 벽에 부딪히고 하나하나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가난한 예술가의 고뇌가 작품 내내 흐른다. 동갑 친구 마이클의 호화 아파트를 보고 충격받은 존은 마이클의 소개로 취업 면접을 본다. 가난한 예술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결국 비웃음만 받는다. “거지 같은 서른살!” 존은 작품 내내 이렇게 외친다.작품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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