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은 오늘도 단식농성장을 지키고, 기나긴 8.8km의 거리를 걷는다. 📸박미소 기자
흰 소복을 입은 엄마 두 명이 서울 용산구청 출입문 앞에 앉았다. 박희영 구청장의 출근을 막기 위해서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6월7일 보석 허가를 받고 풀려났다. 그 이후 일부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매일 아침 출입문 앞을 지켰다. “저도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줄 몰랐어요. 막상 박희영이 나오는 걸 보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현수씨의 어머니 김화숙씨가 말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났다. 같은 시각, 구청 직원들도 그들 주위에 서 있다. 엄마 두 명의 구청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정문과 외부 엘리베이터, 용산구의회 문 앞 등 구청 곳곳에 최소 16명이 포진했다. 이들은 6시 30분에 출근했고, 8시 40분에 다른 직원들과 교대했다. 출입문 앞을 지키는 유가족과 구청 직원 사이에 서 있던 한 유튜버가 구청장실이 있는 9층을 바라보며 외쳤다. “구청장 나와라. 밑에 있는 공무원들이 무슨 죄냐.
유가족들을 포함한 60여 명의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 앞에 모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를 향해 걷는 ‘159㎞ 릴레이 시민행진’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분향소에서 출발해 광화문, 강북삼성병원, 서부지방법원, 공덕역, 마포대교를 지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거쳐 국회의사당 앞 단식농성장 앞까지 걷는다. # 10시 57분. 한 엄마의 울음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앞에 퍼졌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강가희씨의 어머니 이숙자씨가 부르짖었다. “가희야. 보고 싶어. 사랑해.” 가희씨는 이틀간 강북삼성병원 중환자실에서 버티다 2022년 10월 31일에 떠났다. 군무원 2년 차였던 가희씨와 걸으려던 서울 곳곳. 광화문 거리도, 마포대교도, 국회의사당도 모든 것이 처음인 엄마는 딸을 그리며 걷는다. 가희씨 엄마가 울 때마다 묵묵히 안아주는 김채선씨는 은빛 메달을 목에 걸고 걷는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프란치스카 김지현씨가 작년 10월 9일 서울 마라톤 완주를 마친 후 받은 기념 메달이다. “우리 딸하고 같이 걷고 싶어서. 함께 걷는다는 마음으로” 메달을 챙겼다. 비가 오는 바람에 딸이 신던 운동화 대신 다른 신발을 신고 왔다. # 11시 30분.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행진을 멈추고 피켓을 들었다. 오후 두 시 반에 예정된 박 구청장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 두 번째 공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유가족들이 외쳤다. “공직 능력도 없고 그 자격도 상실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금 당장 사퇴하라! 재판부는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들을 엄중 처벌하라!” # 13시 45분. 국회의사당 앞 단식농성장에 도착했다. 송진영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마지막까지 함께 한 시민들에게 보랏빛 ‘진실의 별’ 배지를 나눠줬다. 짧게 구호를 외친 후, 송 직무대행을 비롯한 시민들이 좁은 농성장 안을 하나둘씩 들어갔다 나왔다. 일주일째 단식 농성 중인 이정민 유가협 대표 직무대행과 최선미 운영위원과 인사를 나눴다. 7일간의 단식도, 비를 맞으며 걸었던 8.8㎞의 발걸음도. 그 모든 고단함을 위로하듯, 따듯한 눈길과 손길들이 그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오고갔다. 6월30일 국회에서 열리는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신속 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야 4당이 공동 발의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국회 조사위원 추천위원회를 통해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특위는 필요시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유가족들은 오늘도 단식농성장을 지키고, 기나긴 8.8km의 거리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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