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구제금융을 조기 상환한 2001년 말, 명문대(연세대) 졸업 후 잘 다니던 대기업(삼성전자)을 스스로 박차고 나와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그리고 20여년 지난 지금 본인 레스토랑에서 직접 만든 치즈를 서울신라호텔과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에빗)에 납품할 정도로 품질 뛰어난 치즈를 만드는 장인이 됐다. 잘 만든 건 아니고 그저 만들 줄 아는 정도였는데, 2016년 겁 없이 레스토랑과 치즈 공방을 한 공간에 둔 치즈 전문 레스토랑(치즈플로)까지 냈다.
지난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는 기업은 물론 적잖은 개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평생직장이라 믿었던 일터에서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몰린 직장인이 한둘이 아니다. 올 초『치즈 마이 라이프』를 낸 서울 한남동의 줄 서는 맛집 ' 치즈플로 '의 조장현 오너 셰프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한국이 구제금융을 조기 상환한 2001년 말, 명문대 졸업 후 잘 다니던 대기업을 스스로 박차고 나와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그 시절 또래 직장인이 몸값 높이려고 많이들 했던 학위 과정이 아니라 주위에 떳떳하게 밝히기조차 꺼렸던 요리 유학이었다. 평소 요리라곤 해본 적 없고, 모아둔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부양해야 할 아내와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두 아이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무모한 생각을 실행에 옮긴 이유는 IMF 이후 세상이 바뀐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남들처럼 스펙 쌓겠다고 공인회계사 자격증과 미국 경영대학원 준비를 했다. 1년 넘게 했는데 기대만큼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위기였다. 아니, 이번엔 위기가 기회였다. IMF 이후 세상은 확 바뀌었는데, 자격증 따고 더 좋은 간판 달아본들 어차피 내 의지와 상관없이 큰 흐름에 휩쓸려 아무 때고 잘릴 수 있는 똑같은 회사원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스타 셰프 시대를 활짝 연 '마스터 셰프 코리아''나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TV 프로그램이 나오기 한참 전이었다. 당시 요리사는 못 배우거나 없는 집 애들이 한다는 편견이 심했다. 그러니 고위 공무원 출신 아버지나 장인 장모의 반대는 당연했다. 솔직히 나 자신도 회사 그만둘 때"요리 배우러 간다"는 소리를 못했다. 창피해서.
그런데, 역시 무리였다. 학비는 물론 애들 안경도 공짜로 맞춰주는 선진국 복지 혜택을 온전히 누렸지만 고작 한두 달 만에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합법·불법 따질 형편이 아니었다. 10개월 과정 중간중간 최대한 많이 휴학하며 형편 닿는 대로 파트타임·풀타임 일자리를 구했다. 처음은 동네 펍의 맥주잔 치우는 일이었다. 시급 4.5파운드인데 점심으로 7파운드 넘는 샌드위치 먹기가 아까워, 손님이 손대지 않은 음식을 몰래 챙겨 공원 벤치에서 해결하기도 했다.그래서 더 초라해 보였나. 학교에서도 일터에서도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형편 좋은 한국 대기업 주재원 부인들이 여럿 있던 학교에서는"늙은 아저씨가 왜 뒤늦게 유학 와서 걸리적거리느냐"는 수군거림, 주방 보조로 일한 최고급 미쉐린 레스토랑에선 나이 어린 셰프들의 거친 욕설이 일상이었다. 금의환향만 꿈꾸며 견뎠다. 그리고 2004년, 마치 스타 셰프 고든 램지라도 된 듯 의기양양하게 귀국했다.
영국에서 귀국한 후 2005년에 처음 문을 연 서울 서래마을 '키친플로'에 이어 가스트로펍을 표방한 '쉐플로' 도곡점에 이어 낸 '쉐플로' 신사점 모습. 지금의 '치즈플로'로 이어졌다.
카친플로 쉐플로 치즈플로 안혜리의 인생 키친플로 쉐플로 치즈플로 아티장 푸드 치즈 장인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죽으려 했다'…그런 그에게 온 축복 셋 [안혜리의 인생]미용 목적이 아니라 질병·사고 환자를 보는 재건 분야 성형외과 전문의 사이에선 한국을 넘어 북미·유럽·아프리카·중동에서도 그를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듣는다. 안식년이었던 지난해 이 단체 소속으로 가자 지구에서 5주 동안 봉사한 후 올 초 공개된 이 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등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3개월 만에 529만 뷰를 기록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 검문을 넘어, 팔레스타인 국경 검문소에서 몇백 미터를 지나 또 하마스 검문을 거쳐 가자 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 갔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물량 동나지 않게 빨리 풀어”... 완판대란 갤럭시핏 3 ‘핫템’ 되나디지털 헬스케어 힘주는 삼성 갤럭시핏 3 물량 풀며 인기몰이 삼성, 웨어러블 라인업 계속 강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7세 아들이 김밥 앞에서 코 막은 사연든든한 인생 음식, 김밥... 봄소풍을 떠나야겠어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정년 앞둔 노조활동가가 꿈꾸는 '은퇴 이후의 삶'신나는 인생 2막 일곱번째 이야기_이음나눔유니온 조귀제 조합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시니어 글쓰기 강사가 제일 많이 하는 말내 인생 '푸는' 어르신들 덕에 수업 잘 '푸는' 기술이 쌓인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은퇴 후 1년 2개월... 아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인생 2막은 온전히 우리 부부의 삶에 집중하면서 살기를 바라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