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그대로도 충분했고, 자수 이상으로도 충분했다.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은 그동안 ‘규방 공예’로 여겨...
‘전위 작가’ 송정인 작품까지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은 그동안 ‘규방 공예’로 여겨지며 주류 미술사의 관심 밖에 있었던 자수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서 호명하고, 재조명하는 전시다. 자수라는 장르에 덧씌워진 편견과 무관심을 겉어내는 동시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자수 작가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나혜석의 조카 나사균, ‘전위자수’ 작가로 불린 송정인 등이 이번 전시를 통해 발굴·재조명된다. 전시명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처럼 자수 작가들은 자수라는 장르의 경계를 확장하고 넘어서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로 성큼 나아갔다. 붓 대신 바늘을 휘두른 여성들의 자수는 섬세하고 아름다워 그 자체로도 경탄을 불러일으키지만, 현대 미술의 흐름에 발맞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추구한 작가들은 ‘자수’라는 장르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2전시실에선 도쿄 여자미술전문학교 자수과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가정에서 여성들 사이에 전수되던 자수는 20세기 초 ‘수예’로서 공교육의 영역으로 들어가 여성교육의 핵심으로 부각됐다. 여자미술전문학교 출신인 나혜석, 박래현, 천경자 등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 속에 자수를 재배치한다. 나혜석의 조카였던 나사균의 작품이 눈에 띈다. 나사균의 ‘죽계’는 닭의 볏의 입체감과 깃털의 부드러운 흩날림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대나무의 광택과 입체감을 생생하게 수놓았다. 나사균은 결혼 후 작품활동을 중단해 남긴 작품 수는 많지 않다. 숙명여자고등보생 공동제작 ‘등꽃 아래 공작’, 1939, 비단에 자수, 212.5cm×341.2cm, 숙명여자고등학교
해방 이후 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자수과를 중심으로 풍요로운 시절을 맞이했다. 자수과 출신 작가들을 중심으로 추상미술이 대세를 이루던 당대의 흐름을 반영한 다채로운 자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송정인은 추상회화인 엥포르멜, 기하학적 추상 작품을 자수로 남겼다. 전통적인 재료인 비단 대신 철망, 마대 등을 바탕으로 삼거나 밀짚, 그물, 노끈, 쇠 등 낯선 재료와 파격적 기법을 사용했다. 박을복과 이신자는 1950~60년대 중반 큐비즘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선보였다. 박혜성 학예연구사는 “순수미술의 새로운 비전을 공유함으로써 순수미술과 동등한 자격을 인정받고자 하는 자수 작가들의 열망을 읽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송정인 ‘작품 O-3’, 1973, 비단에 자수, 69×165cm, 작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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