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연속기고] 최진협 상임대표(한국여성민우회)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을"불법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고 하며 상정 자체를 거부하고, 고용노동부장관은"노사관계 불안정과 현장의 혼란만"을 초래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위헌적 법률'이라며 거부권을 운운했고, 그에 맞춰 보수언론은 '파업을 식은 죽 먹기나 장난처럼 할 수 있는 나라'라며 '산업생태계 붕괴'와 '줄도산 악몽 되풀이'라는 말들을 노란봉투법과 나란히 썼다.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게 됐는지는 조명하지 않은 채, 오로지 '투쟁적인' 모습만 프레임에 담은 채 '선량한 기업'에 피해를 끼치는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존재로 그려 나갔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의 메아리가 되어 기를 쓰고 막고 있는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4월부터 우리사회에 발효된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제87호와 98호에 맞춰가기 위한 개정안이다. 국제노동규범은 이미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가진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파업까지도 가능하다'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그들의 이해대로라면 이 같은 국제노동규범은 '세계 대공황'을 초래하는 적폐인 셈이다. 파업이 '기업을 줄도산'시키고, '식은 죽 먹기'라는 그들에게 파업은 권리로 이해되고 있지 않다. 우리사회에서 어떤 파업은 0.3평 철장 안에 스스로 몸을 구겨 넣어 생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철탑에 몸을 묶고, 곡기를 끊고, 35도가 넘는 뙤얕볕에서의 외침이며, 태풍속에서도 몸을 굽혀 삼보일배하며 간절함을 담는 것이다. 법 뒤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태로 내몰린 상황에서 노동으로 생존을 이어가는 이들이, 가진 것이 전부인 노동을 놓아 벼랑끝에서 생존을 구하는 저항이 이들의 파업이다. 누구도 파업을 '장난'처럼 결행할 수 없다.
더욱이 부당한 착취와 대우가 이어져도 파업할 수 있는 용기를 내기 어려운 현실에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여성의 절반이 일자리의 상실과 위협이 상존하는 불안정노동 형태가 절반인 상황에서 여성 3명 중 1명은 월 평균임금 166만원 이하를 받지만 노동조합마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헌법상의 권리란 목숨을 걸고 쟁취해야할 것이 아니어야 한다. 노동3권은 노동자가 목숨 걸지 않아도 필요할 때 누릴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일상이어야 한다. 그것이 노동조합이고, 그 노동조합을 비정규직 노동자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인 노란봉투법이다.
누군가의 삶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나의 삶 역시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약자와 소수자를 배제하고, 혐오하고, 차별하는 사회에서 나의 삶의 안녕을 이야기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공동체 모두의 인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은 우리 모두를 지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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