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돼 대화의 주제도 되기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 경황 없이 부모의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20년 넘게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말기 암 환자의 투병 과정을 지켜보았던 홍영아 작가는 죽음의 실체를 8년간 취재하며 암 전문의부터 중환자실 간호사, 요양병원 의료진, 유골함 판매원, 장례지도사,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까지 수십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죽음의 순간을 관찰했습니다.
“아버지 임종을 지킬 때, 가족 모두 어찌해야 할지 몰라 두서없이 작별을 고했어요. 누구부터 인사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버지의 죽음을 착실히 준비했지만, 임종 직전 마지막 인사만큼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결혼식, 돌잔치는 다 사회자가 있는데 임종에는 왜 사회자가 없을까요?”
✅1. 임종실 없는 병원, 그럼 어디서 죽나 수많은 임종을 곁에서 지켜봤을 텐데, 죽음은 어떤 모습으로 오나요? 돌아가시기 직전 유언을 남기고 숨을 가쁘게 쉬다 잡았던 손을 툭 떨구는 장면, 드라마에 많이 나오잖아요. 근데 우린 그렇게 드라마처럼 죽지 않아요. 돌아가신 건지, 살아 계신 건지 갸웃할 정도로 죽음은 아무렇지 않게 갑자기 와요. 우리가 죽음에 대해 잘 모르니, 드라마와 영화에서 죽는 모습을 보며 오해하는 거죠. 임종실도 없고 1인실도 잡지 못하면, 어디서 임종을 하나요? 임종 직전 병실에서 옮겨지는 곳이 바로 처치실입니다. 처치실은 간호 데스크 옆에 딸린 공간입니다. 물품을 쌓아 놓거나 다인실에서 할 수 없는 붕대 교체 작업 등을 위해 마련한 곳이에요. 임시로 임종실처럼 사용하는 거죠. 병원 임종은 여기서 많이 이뤄져요.
책에 나온 ‘의사를 향한 기계적인 믿음을 경계하라’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말인가요? 네. 우린 의료진이 시키는 대로 해야 부모님이 산다는 믿음이 있잖아요. 의사가 검사하자고 하면 안 하기도 어려워서 대부분 수락한다고요. 그런데 어떤 검사는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에게 치명적으로 위험하기도 해요.그런 사례가 있었나요? 폐암 말기의 시한부 아버지를 둔 가족 이야기인데요, 아버님이 되게 낙천적이고 씩씩하셨어요. 잘 이겨내 보자며 병원에 입원했는데, 다음 날 의사가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아버님은 장 청소를 위한 약물을 모두 마셔요. 이 약물을 마셔본 분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잖아요. 손발이 차가워지고 진이 다 빠져요. 여든 살의 말기 암 환자가 감당하기엔 너무 힘든 거죠. 딸은 이해가 잘 안 가서 의사에게 묻거든요. 대체 말기 암 환자가 대장 내시경 검사를 왜 해야 하냐고 말이죠. 근데 의사가 이렇게 대답해요. “그럼 안 하셔도 돼요.
의사에게 질문을 많이 하면 좋은 점이 또 있어요. 부모님이 “자식 둔 보람 있네” 하며 든든해 하신다는 거예요.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자식이 대신해 주니까요. 의사가 하는 말을 다 못 알아들어도, 이 정도의 연기는 괜찮지 않을까요. 자식들은 당황하기 시작해요. 결국 장남이 의사에게 “그래서 언제 돌아가신다는 거냐”고 묻거든요. 정말 아이러니죠. 회사에 휴가 내고 온 자식, 가게 문 닫고 온 자식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평소 병시중 들었던 막내딸만 남아요. 그리고 그날 새벽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세요. 결국 막내딸 외엔 아무도 임종을 못 지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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