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택배기사님에게 쥐어준 5만 원 택배기사 5만_원 변은섭 기자
엄마가 반찬을 또 보내주셨다. 엄마는 분명히 상자가 작아 반찬을 많이 못 넣었다고 하셨는데, 택배기사님이 문 앞에 내려놓고 간 택배상자를 불과 30센티미터 밀어 현관으로 끌고 들어오는 데도 허리가 나갈 지경이다. '아, 뭘 이렇게 많이 넣은 거야.'내가 자취를 시작한 16년 전부터 반찬을 택배로 보내주셨던 부모님은 택배를 보낼 때마다 걱정이 태산이었다. 예전엔 택배 회사의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했던 건지, 무법천지의 시대였던 건지, 택배를 가지러 오겠다던 택배기사가 연락도 없이 오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다. 택배기사가 오기로 한 시간에 맞추어 상자에 반찬을 넣고 테이프로 단단히 묶어 포장을 해놓고 기다렸는데도.
그렇게 몇 년간 택배를 보내주셨지만, 부모님이 이사를 하면서 다시 택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여기 저기 전화를 해 택배를 신청했지만, 어째서인지 택배 수거 시간을 몇 시간씩 훌쩍 넘겨 택배기사가 도착하거나, 아예 그날 택배를 가지러 오지 않은 일이 되풀이 되었던 것. 아마도 택배기사님은 지금껏 부모님이 만난 사람들과는 다르게 싹싹하고 친절하게 응대를 해주신 모양이었다. 계속 이 택배 기사한테 택배를 부탁해야겠다는 엄마의 말 속에는 안도감이 묻어났다. 사장님은 회사에서 택배를 접수받는 일을 하시고, 아들인 택배기사님은 직접 택배를 나르며 같이 사업을 키워가고 계신 중이었다. 사장님은 '아들이 전화해서는 다른 집 택배는 안 해도, 우리 집 택배는 꼭 배달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면서 배달을 해줄 테니, 내일 시간 맞춰 택배를 준비해두라는 말을 남기셨다.팬데믹 전이었지만, 그때도 택배를 신청하면 택배기사님께 직접 택배를 건네기보다는 문 앞에 놓은 택배를 수거해가는 게 이미 보편화 돼 있던 시기였다. 아마도 택배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택배기사님도 사람을 마주하는 일보다 문 앞에 놓여진 상자를 수거해 가는 게 익숙했을 거다.
사람의 정을 느끼기 어려운 요즘 세상에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택배기사님께 이런 일은 흔치 않으셨나보다. 올 때마다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우리 부모님의 진심을 느끼셨던 것 같다. 만 원 한 장도 허투루 쓰지 않는 부모님인데 너무 큰돈 아니냐고 했더니 엄마는 당연한 듯 말하신다."우리한테 이렇게 잘해주는데, 고마우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택배기사님께 기어코 쥐어준 5만 원에는 부모님의 맘고생과 몸고생을 덜어준 고마움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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