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현재 의료 상황과 관련한 회의에 들어갔다가 현 상황을 무엇으로 부를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했다. 나는 지금을 ‘의사파업’으로 부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데, 파업의 기본 요건, 즉 공동 쟁의가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의사협회 대표자들이 논쟁
을 벌이고 있을지언정, 의사가 집단으로 업무 행위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파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
이를 극명하게 예시하는 것이 9월12일 있었던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총리의 태도다. 이날 교육·사회·문화 분야와 관련하여 남인순 의원이 소위 현안으로 인한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하자, 환자가 죽어 나가는 것은 ‘가짜뉴스’라며 한 총리가 오히려 화를 낸 것이다.이 장면을 보며 최근 보았던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라는 현안에 갇혀, 배경의 고통과 죽음을 ‘가짜’로 묵살하고 마는 그 마음을 보는 일이라서 그렇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일이 고통과 죽음임에도, 그것을 지워버리려 하는 억지를 견뎌야 하는 일이라서 더 그렇다.
하지만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화면에 비치는 독일 장교 가정의 삶이 아니라, 그 바깥에서 들려 오는 소음에 놓여 있다. 우리는 안다. 기억되어야 할 것은 독일 장교가 어떻게 살았는지가 아니라, 고통과 참혹함 속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목숨이다.영화도 그것을 마냥 감춰놓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소리로 시작하는 도입부로부터, 아무런 ‘건강상의 이상’이 없음에도 계속 구역질을 하여 검사까지 받는 결말부의 장면까지 영화는 내내 저 소리가, 영화 바깥에 놓여 있는 저들의 비명이 ‘진짜’ 문제임을 강조한다. 추석 앞으로 응급실 이용이 무척이나 난항을 겪을 것이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경고가 전달되었다. 추석이 지나고 정부는 별다른 문제 없이 추석을 넘겼다고 자축했다. 그렇다면 응급실을 포함하여 현재 의료적 상황은 괜찮은가.
그냥 응급실이 환자를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볼 수도 처치할 수도 없는 환자만 느는 것은 응급실의 부담을 늘릴뿐더러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만든다. 간단하게, 응급실을 학교라고 생각해 보자. 교사가 없는 데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학생을 다 수용하면, 그래서 교실 학생 수가 백명, 이백명이 되면 교육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학생도 교실의 과밀 자체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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