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속 남편 보고 나온 말 “이기 미칬나 보다”… 눈물도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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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속 남편 보고 나온 말 “이기 미칬나 보다”… 눈물도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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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겨울로 들어가는 문 같았다. 새벽부터 바람이 불어 유난히 추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일주일 뒤면 동지였다. “규야, 아빠 밥 먹으라 해

' 자살 사별자 '. 심리적으로 가까운 이를 자살로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자살 사별의 아픔이 비단 가족에게 국한되는 일이 아님을 내포한 말이기도 합니다. 자살은 원인을 단정할 수 없는 죽음이라 남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고인을 쉬이 떠나보내지 못하고 ‘왜’라는 질문에 맴돕니다. 죄책감이나 원망이 들어차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들이 ‘애도’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난한 여정입니다. 한국일보는 올해 자살 사별자 들의 그 마음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 자살 사별자 들이 마음으로 쓰는 부고, '애도'입니다. 심명빈 씨는 10년 전 남편을 자살로 잃었다. 수개월간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그를 1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정다빈 기자오전 7시 40분까지 등교해야 하는 첫째 봉규 때문에 아침 식사는 늘 오전 7시다. 끼니 준비를 마친 명빈씨는 둘째를 챙기고 있었다. 봉규보다 세 살 아래인 형주는 열한 살.

병원에 실려 갔다가 뒤늦게 간 화장장. 우는 가족 틈에서 오로지 아이들만이 눈에 들어왔다. 열네 살짜리 큰아들이 제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있었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달려가 끌어안고 말했다. “괜찮아, 규야. 괜찮아.” 주위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 새끼밖에 눈에 안 들어오는가 보다.” 그러든지 말든지 상관없었다. 이제 명빈씨에겐 자식뿐이었다.그는 인터뷰를 하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간 잊고 있었던 기억과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당시 누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그래서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까지 말이다. 정다빈 기자나이 말고도 공통점이 있었다. 명빈씨는 8남매 중 막내, 남편은 3남매 중 막내였다. 남편은 자신과 달리 추진력도, 의지도 강한 사람이었다. 남편을 보면 그래서 오뚝이가 떠올랐다. 같은 나이인데도 존경스러운 면모가 보였다. 결혼을 결심하게 만든 남편의 매력이다.

그날 남편은 생전 찍지 않던 ‘셀카’도 찍었다. 혼자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더니 명빈씨를 불러 “자기야, 이리 와 봐. 이 사진 어때? 잘 나왔어?” 했다. 몰랐다. 그게 영정 사진이 될 줄은. ‘하다 하다 영정 사진까지 미리 준비해 두고 갔네.’ 나중에야 안 거지만, 전문가들은 그것이 ‘자살 전 경고 신호’라고 했다. 다시 그 상황이 되면 과연 알아차릴 수 있을까. 심리부검을 신청하고 얼마 뒤, 집으로 상담전문가들이 찾아왔다. 심리부검 면담에서 상담사들은 물었다. “고인이 잠은 잘 잤나요.” “사망 전 우울함을 보이진 않았나요.” “경제적 어려움은 어느 정도였나요.”

‘아, 이 사람들은 나와 같다. 내가 되어 들어준다.’ 마치 서로에게만 전달되는 주파수가 있는 것 같았다. ‘나, 위로받네. 인정받네.’ 남편의 죽음 이후 처음 느끼는 따뜻함이었다.“그래도 아이들 앞에서는 남편을 부정적으로 얘기하면 안 돼요.”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아마 책에서 그런 얘기를 봤거나, 상담사가 그런 조언을 했더라면 흘려들었을지도 모른다. 교과서의 한 구절이라 여기며. 그런데 그의 얘기는 스펀지에 물이 흡수되듯 받아들여졌다. 어떤 뜻인지 단박에 이해가 됐다. 나에겐 남편이지만, 아이들에겐 아버지니까. 그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까지 간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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