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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나이를 다채롭게 먹었다. 연초에는 떡국과 함께 한 살을 먹었고 6월부터는 만 나이로 계산한다기에 잽싸게 두 살을 뺐다가 몇 달 뒤 생일이 지나면 또 한 살을 먹는다. 한 해 사이에 이렇게 부지런히 나이 먹은 탓에 나이 듦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나이가 ‘든다’니, 또 나이를 ‘먹는다’니, 실로 나에게 그만큼 들어찬 게 있었던가? 물론 나이

6월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첫변론' 개봉 규탄 기자회견 중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연초에는 떡국과 함께 한 살을 먹었고 6월부터는 만 나이로 계산한다기에 잽싸게 두 살을 뺐다가 몇 달 뒤 생일이 지나면 또 한 살을 먹는다. 한 해 사이에 이렇게 부지런히 나이 먹은 탓에 나이 듦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나이가 ‘든다’니, 또 나이를 ‘먹는다’니, 실로 나에게 그만큼 들어찬 게 있었던가? 물론 나이야 노력하지 않아도 쌓인다지만, 그래도 속 빈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아 매해 스스로를 점검한다. 나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괜찮은 어른이 되고 있나? 이제 고작 서른 즈음일 뿐인데도 도통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욕구는 희귀한 좋은 어른과 그렇지 못한 무수히 많은 어른들을 만나면서 점점 커졌다.

성폭력 예방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성폭력 사안을 접하고 성폭력 가해자 재범방지교육을 다니며 배웠다. 세상에 그럴 리 없는 일들은 없고, 그런 사람이 아닌 줄 알았던 사람도 그럴 수 있다. 게다가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미투 운동이 남긴 교훈이 무엇이었나.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이고 그 문제에 성역은 없다는 잔인한 현실이었다. 우리가 진정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더 성숙하게 나이 들어가는 존재라면, 눈감고 귀 닫지 말고 책임과 미래를 마주해야 한다.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지기 위한 방법을 말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 실마리를 풀었어야 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가해자는 사라졌지만 그것이 곧 회복 불가능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책임을 나눠 질 수 있다.“왜 진작에 이야기하지 않았어?”, “그럼 왜 평소에 친절하게 굴었어?”, “잘 웃던데 정말 피해자 맞아?” 이런 질문을 가장한 말들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전가한다.

합리적 피해자 관점 역시 필요하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것은 피해자에게 모든 역할과 책임, 부담을 떠넘기는 일일 뿐이다. 합리적 피해자 관점은 피해자의 사회적 위치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가진 중장년 남성의 시점이 아니라, 단순한 부탁에도 거절이 쉽지 않은 사회 초년생, 성인지감수성이 당연하고 기본적인 청년세대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부터도 올챙이 적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지라 그것이 참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젊은이는 늙어본 적 없으나, 어른들은 젊었던 적 있으니, 젊은이들의 마음과 목소리에 자리를 내어주는 게 책임을 다하는 어른의 역할이라고 배웠다.

"내가 이 모든 일을 시작할 때 기대했던 것은 단 하나다. 잘못된 일을 잘못이라고 말했을 때 잘못한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진정한 사과를 해서 결국 나의 상처가 회복되고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게 되는 것... 잘못이 없는 세상이라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누군가의 어떤 잘못의 끝이 피해자의 좌절과 가해자의 포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그것을 회복하려고 노력한 후 우리가 힘겹고 아픈 길을 걸어왔기에 결국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이 되었다고 위안하며 더욱 건강한 내일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것.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그것이 이루어질 사회라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생각한 자연스러운 이야기이다."위 글은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 김잔디씨의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에서 나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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