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그 이후, 보복의 두려움에 더 고통받는 '피해 생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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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그 이후, 보복의 두려움에 더 고통받는 '피해 생존자들' 시사직격 2차가해 가정폭력 보복범죄 스토킹 이준목 기자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살인, 강도, 폭력, 성폭행 등의 강력 범죄는 연간 40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끔찍한 범죄만큼이나 안타까운 것은,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도 또다른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피해자들의 현실이다.2일 방송된 KBS 1TV ‘범죄 그 이후, 나는 범죄 피해 생존자입니다' 편은 사회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2차 가해 위협에 시달리는 피해 생존자들의 현실과 보복범죄의 위험성을 조명했다.‘범죄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재산을 빼앗기고 몸에 상처를 입고, 명예를 훼손되는 것을 흔히 범죄 피해라고 한다면 그 끝은 어디인가. 대부분의 범죄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범죄를 당한 순간만이 아니라 그 이후로도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가 검거되고 수사와 재판이 시작된다고 해도 피해자가 그 후유증으로 벗어나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간신히 버티고 있던 박씨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해까지 시도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병원에서 제작진을 다시 만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가해자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대전에 거주하는 홍정은씨는 가정폭력 피해자였다. 홍씨는 알코올 중독에 빠진 전 남편과 2019년 이혼했으나 이후로도 지속적인 스토킹에 시달렸고 급기야 지난해는 집을 찾아와 돌연 행패를 부리면서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다. 전 남편은 칼을 들고 홍씨를 위협하다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하지만 법원은 놀랍게도 전 남편을 집행유예로 풀어줬고 스토킹 혐의는 기각됐다. 홍씨는 시누이의 지속적인 회유와 강요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써준 것이 화근이 됐다. 스토킹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전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극심한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던 홍씨의 선택은, 결국 이사를 하고 아이들의 주민등록 번호를 바꾸는 것이었다. 죄없는 피해자가 죄지은 가해자를 피하여 숨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라는 게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유혜선씨는 40년 가까이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남편 송씨는 일은 안 하고 술과 유흥을 즐기면서 걸핏하면 아내와 자녀들을 무차별로 폭행했다. 유씨는 그럼에도 오랜 세월을 참고 견딘 이유에 대하여 “아이들이 밖에서나마 자유롭게 살 수 있게 보호막이 된다는 마음이었다"고 고백했다.유씨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일기를 통하여 남편의 폭력을 기록해놓은 일지는 법원에서 가정폭력의 중요한 증거로 인정됐다. 송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유씨는 이혼에 성공하며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3월 송씨가 가석방 대상자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유씨와 자녀들은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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