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플랜 A] 중독으로 도피해야 하는 세상은 선의를 만들 수 없다
한 때의 나는 엘리베이터보다 늦게 퇴근하는 직원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일을 많이 했던 시기의 일이다. 그때는 정말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일과 삶의 균형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믿었다.
퇴근한 후에는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봤다. 늦은 밤에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은 그런 것들뿐이었다. 주로 주인공이 세계관 내 최강자로 등장하는 양산형 먼치킨물 애니메이션 요약본을 보았다. 딱히 그 장르에 애정이 깊은 것은 아니었지만, 기력이 없어서 다른 영상은 볼 수가 없었다.왜 그랬을까? 별 의미 없는 콘텐츠들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설명하는 말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도파민 중독'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쉬는 시간마다 먼치킨물만 보던 과거의 나도 '도파민 중독'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하트를 누를수록 사랑에서 멀어졌다 10분짜리 영상이 대세였던 시기가 천천히 지나가고, 이제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이 득세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SNS 새로고침을 누르고, 멍하게 짧은 영상들을 시청하고, 좀 더 긴 영상은 2배속으로 보게 되었다. 더 자극적인 영상은 돈이 되어서 차고 넘칠 만큼 많아졌다.
반면에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고통을 해결하는 일, 혹은 슬기롭게 완화하는 일은 비싼 것이 되었다. 좀 더 쉬는 일, 사랑하는 사람과 아픔을 나누는 일, 좀 더 건강한 것들로 여가를 채우는 일은 모두 비싸졌다. 그건 대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나는 세상이 모두 '리셋'되었으면 좋겠고, 모든 정치인이 썩었으며, 희망은 없다고 외치며 울분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볼 때 슬픈 마음이 된다. 세상과 내 일상을 증오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권리는 어느새 아주 납작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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