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사랑하는 것과 환자를 간병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엄마가 치매에 걸렸습니다. 아기처럼 변해갈 엄마를 어떤 마음으로 지켜봐야 할지 막막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제가 필요할 때 곁에 없었어요. 아버지는 대학에서 교직 생활을 오래했는데 타 지역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셨고 어머니는 학원을 운영하셨습니다. 늘 너무 바쁘셔서 부모님의 부재를 크게 느끼며 자랐습니다. 두 분 다 운동회, 졸업식에 한 번도 오신 적이 없어요. 우유 값이 밀리거나 방과후교실 레슨비가 밀릴 때가 많았는데, 그게 항상 부끄러웠습니다. 누구도 살림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집은 쓰레기 더미라고 해도 될 만큼 엉망이었습니다. 깨끗한 교복을 입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부러웠어요. 간병한 지 반 년쯤 지나서부터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엄마와의 갈등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를 안쓰러워 했던 제 마음도 점점 원망으로 바뀌었어요. 제가"엄마, 이건 안 돼"라고 입버릇처럼 했던 말들이 본인을 옥죄인다고 생각했을까요. 엄마는 저를 향해 물건을 집어 던지며"기생충 같은 년","편하게 살고 싶은데 왜 여기 와서 지랄이야"라고 소리를 지르곤 했습니다. 저 역시 참다 못해 패륜아처럼 엄마에게 욕을 한 적도 있고요. 요즘은 증상이 더 심해져서 등산을 가는데 한복을 입고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거나 화분에 음식물 쓰레기를 주기도 합니다. 제가 말리면 때리기까지 하세요.
정신분석학에 '허구의 독립'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굉장히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내면 한 구석에 자리한 어린 시절 충족되지 못한 의존적 욕구를 끊임없이 채우려는 심리이지요. 어린 시절 여러 이유로 부모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한 경우, 어른이 되어 부모를 과도하게 봉양한다면 내면에 이런 결핍이 있는지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자라면서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독립적으로 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많이 나타납니다.이런 사람들은 성인이 돼서도 부모 곁을 맴돌면서 자기가 부모에게 굉장히 소중한 대상이고, 부모한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 받고 싶어 해요. 그 과정을 통해 내면의 깊은 구멍을 메우려고 하지요. 제가 보기에는 선영씨도 엄마를 돌보면서 자신이 보살핌을 받지 못해 생긴 결핍을 메우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엄마의 간병을 혼자 떠안기로 결정하지요.
저는 어머니를 직접 돌보지 말고 병원이나 요양원에 모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최근에 인식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병원이나 요양원에 모시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지요. 자식들도 죄책감을 가지고요. 심정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은 결코 내 생각만 해서 부모를 남에게 맡기는 게 아니에요. 환자를 위해 보다 안전한 공간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병의 경과를 늦추기 위한 일입니다. 특히 치매는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됩니다. 병이 진행될수록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거예요.엄마를 사랑하는 것과 환자를 간병하는 건 다른 문제거든요. 가족 관계에서는 아무리 엄마가 아파서 그렇다는 것을 알더라도, 나에게 욕하고 화를 내면 감정적으로 훨씬 힘들지요. 선영씨는 간병을 위해 포기한 것도 많다 보니 갈등이 있을 때마다 내가 이럴려고 엄마 옆에 왔나, 하는 마음이 들어 더욱더 억울하고 괴롭겠지요. 하지만 의료진은 환자로 대하고 증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영향을 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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