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소설 등 문학 작품, 미술 작품 등을 인용한 시험문제를 누리집에 게시하면서 저작권료를 내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한국문화예술저작권협회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법원 3부는 최근 한국문화예술저작권협회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저작권협회는 평가원이 2009년~2019년 고입선발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에 나온 문학작품을 활용한 평가문제를 그대로 누리집에 게시해 저작권자의 전송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해왔다. 협회는 해당 작품들을 누구나 보고 다운로드 누구나 볼 수 있게 해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사용료에 해당하는 1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반면 평가원은 시험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인용했으므로 저작권법상 허용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구 저작권법 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법원은 “수험생에게 균등한 학습기회를 보장하고, 각종 시험의 투명한 관리를 위하여 이 사건 평가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이 사건 저작물의 사회적․교육적 의미를 고려하면, 이 사건 저작물의 시험이나 교육을 위한 인용이 폭넓게 허용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며 “이 사건 저작물과 이 사건 평가문제는 그 목적과 성격, 용도가 전혀 달라 이 사건 평가문제가 이 사건 저작물의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시험문제 출제와 별도로 이를 게시하는 것은, 정당한 채점과 성적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제한적 범위에서만 허용돼야 한다”고 보며 평가원의 행위가 저작권법 28조가 정하는 정당한 범위 내 인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평가원의 문제 게시행위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평가원의 게시 행위가 가지는 공익적, 비영리적 이용의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사용료를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고 게시한 행위는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한 행위라고 봤다. 대법원은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는 달리 원고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지 아니한 채 평가문제에 포함해 전송한 것이고, 그로 인해 해당 시장의 수요가 대체되거나 시장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며 원심의 판단이 오류가 없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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