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전북 군산 하제마을 제41회 팽팽문화제 열려
전북 군산 하제마을에는 600년 된 팽나무가 있다. 전라북도 유일의 자연기념물이다. 한 달에 한 번, 팽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모인다. 팽팽문화제다. 이번 주 토요일, 4월 27일은 41번째 만남이다.제41회 팽팽문화제의 주제는 '나무새김'과 '나물부침'이다. 두릅, 쑥, 거죽나물 등 향긋한 하제 봄나물 뜯어 봄나물전 부쳐 오순도순 나눠 먹는다. 작년 4월, 제비 새끼처럼 입을 벌리며 따끈한 부침개를 나눠 먹던 귀여운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지난 겨울, 문정현 신부님은 A4용지 앞뒤로 빼곡한 조성만 열사의 유서를 한 글자, 한 글자씩 나무에 새겨 넣었다. 고르게 사포질한 나무판에 가지런히 앉힌 글자를 망치로 칼을 때려 파내었다. 서각書刻이다. 반듯하게 숨을 고르고, 있는 힘을 다해서 그가 깎고 파낸 것은 나무였을까, 글자였을까, 혹은 다른 무엇이었을까.-한반도의 통일은 그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막아져서는 안됩니다.-다가오는 올림픽은 반드시 공동개최 되어야만 합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유서는 1988년 5월 15일, 명동성당 교육관 옥상에서 그의 육체와 함께 떨어졌다. 광주 5.18 민중항쟁 8주기에 맞춰 양심수 전원 석방과 수배 해제를 촉구하던 오후였다.
며칠 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노제에는 3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일 년 전, 19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에서 노태우에게 자리를 내주었던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와 김대중 당시 통일민주당 고문도 나란히 조성만 열사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조성만 요셉은 17세에 영세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화학과 84학번 조성만은 신부가 되고자 했다. 문정현 신부는 그가 죽은 후에야 자신이 그의 영세 신부였음을 알았다. 열성적이었던 고등학생 조성만의 모습이 뒤늦게 떠올랐다. 조성만 열사의 마지막 외침은 그를 '길 위의 신부'로 살도록 했다. 그리하여 흰 수염의 신부는 36년이 지나도 여전히 24살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제자를 신앙의 스승이라 부른다. 인권 문제와 민주화 투쟁 등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부조리가 분단에서 비롯되었음을 조성만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문정현 신부는 지금도 평화의 바람을 일으키며 길을 걷고 있다. 평택과 강정에 이어 군산에서 평화바람이 불고 있다. 주한미군은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라는 이유로 군산 하제마을의 강제수용을 요구했다. 백여 년 전,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군사 기지로 인근의 상제, 중제 마을이 사라졌던 역사가 반복된 것이다.팽팽문화제는 팽나무와 함께 평화의 바람으로 이 땅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만남이다. 제41회 팽팽문화제는 '봄'으로 가득한 자리가 될 것이다: 평화를 불어봄, 바람을 만나봄, 나를 심어봄. 겨울에 마무리된 서각이 봄과 함께 찾아왔다. 그 앞에 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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