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을 권리] 혼자 씻기 힘든 노인들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가정집에서 나순월씨가 안옥자씨를 도와 씻기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누구나 혼자 씻기 어려워지는 때가 온다. 다리와 허리 건강이 나빠지면서 노인장기요양 3등급을 받은 김정자씨는 지난달부터 일주일에 한번 샤워할 때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는다. 요양보호사는 머리를 감겨주고, 등에 비누칠을 해준다. 김씨는 매일 때를 밀 정도로 씻는 걸 좋아했지만, 혼자 움직이기 어려워진 뒤로 요양보호사가 주 1회 등을 밀어주는 것에 만족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김씨 딸 박옥숙씨는 “엄마한테 ‘이제는 혼자 목욕 못 하니까 일주일에 한두번만 하고, 겨울에는 한번만 하자’고 얘기를 하자 답답해하고 속상해하셨다”고 말했다. ■ 일주일에 한시간…그나마 목욕 시간은 15분 혼자 씻지 못한다는 것은, 타인의 시간에 맞춰 ‘씻을 권리’를 유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홀로 씻을 수 없는 상황을 상상해보지 못했던 이들은 처음엔 이 사실 앞에 비참함을 느낀다.
올해 봄 시장에서 장을 보다 넘어져 1·9번 척추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안씨는 노인장기요양 5등급 판정을 받았다. 덕분에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제한된 월 한도액 때문에 방문목욕 서비스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요양보호사에게 비누칠이 아닌 때 밀기를 해달라고 했지만, 완곡히 거절당했다. 꾸미기는커녕 세수조차 어려워졌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무악동의 아파트에서 만난 안씨는 “하이힐 신고 화장하는 걸 좋아했는데, 매일 하던 세수도 어려우니까 귀찮아. 못 움직이는 몸을 보면 답답하고 슬프고, 인생무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씨 손가락에는 칠한 지 오래된 것 같은 빨간 매니큐어 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안옥자씨 집 찬장에 있는 각종 향수들. 그는 뾰족 구두와 향수를 뿌리며 멋내는 게 낙이었지만, 지난 봄 낙상한 뒤 척추 수술을 받고 대부분 집에서 누워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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