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선박 기관사로 일하던 구민회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5년 만에 법원은 구씨의 사망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봤다. 승선근무예비역의 취약한 지위를 인정한 판결이었다. 📝김동인 기자
살아 있었다면 올해로 서른 살이었을 것이다. 2018년 3월16일, 페르시아만을 항해 중이던 화학물질 운반선 ‘캠로드저니호’ 한편에서 스물다섯 살 구민회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승선근무예비역으로 병역을 치르던 구씨는 이 배에서 3등 기관사로 일하고 있었다. 구씨가 남긴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자신을 괴롭혀오던 상관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폐쇄적인 배 안에서, 구씨는 수차례 가족과 지인들에게 괴롭힘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사망 전 구씨가 친구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신저 기록에는 당시 구씨의 막막한 심경이 담겨 있다. “부당한 걸 말해봤자… 이미 기관장이나 윗사람들한테 말해봤는데, 씨알도 안 먹힌다.” 경남 창원시에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도 구씨는 선내 괴롭힘을 호소했다. “인권위나, 그런 곳에 신고할까 봐.” 어머니는 그런 구씨에게 “민회야 좀만 참아보자. 잘 챙겨 먹고 힘들어하지 마. 다 지나갈 거야”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육상 대기 기간이 총 24개월을 넘을 경우 승선근무예비역으로 복무 중이던 이들은 도로 군대에 가야 한다. 선사 측의 부당한 지시에 항의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승선근무예비역의 ‘병역 이행 조건’에 주목했다. 근무 기간이 부족하게 되면 군복무를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구씨가 ‘취약한 사정’에 있었다는 점을 사망과 괴롭힘 사이의 ‘인과관계 근거’로 보았다. 2심 재판부는 가해자 최씨뿐만 아니라, 선내 지휘명령권·질서유지권을 갖고 있는 선장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지난 5년간 구씨 가족의 법률 대리를 맡아온 정소연 변호사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가해자의 책임만큼이나 선장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가 크다”라고 설명한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망인은 승선근무예비역으로 처음 정식 선원이 된 취약한 지위에 있었으므로 선상 생활 적응 여부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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