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 숨겨 둔 인생레시피③] 달성서씨 29세손 서정숙 여사
한복을 입고 앞치마를 정갈하게 한 아낙네가 참죽나무의 여린 잎인 기다란 가죽나물을 삶아 찹쌀을 묻혀 빨랫줄에 주렁주렁 걸고 있다. 남편, 세 아들, 그리고 딸을 먹일 밥상에 올릴 밑반찬으로 가죽자반을 만들기 위해서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적 한번 없어도 웬만한 음식은 뚝딱해내는 그는 어릴 적 설거지를 하러 정지에 들어가라는 어머니의 말이 미웠다고 했다. 정지란 취사와 난방을 겸하는 공간으로 경상·전라·강원 지역의 부엌에 대한 방언이다. 그의 어머니는 무더운 여름에는 정지 밖에서 솥을 내걸어 요리했다. 겨울에는 정지의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불을 때 온돌을 덥히고 그렇게 탄 숯으로 부뚜막 위에 솥을 올려 뜨끈한 음식을 만들곤 했다.사시사철 한복을 입어 정갈한 차림새를 유지하고 빨래, 바느질 등 살림살이에도 능했던 그의 어머니는 맵시, 말씨, 솜씨라는 부녀자의 삼덕을 칭하는 삼씨가 좋은 며느리로 소문나 있었다. 어머니의 시어머니조차"숙이는 우리 며느리 신 벗은 데도 못 따라 간다"할 정도의 만능 주부였다.
어머니가 해준 음식 중에서도 양갱이 기억나 남편과 두 아들에게 간식으로 많이 해주었다. 연탄도 없던 시절 그의 어머니는 오일장에서 사온 나무로 불을 때 팥을 삶고 주걱으로 손수 저어가며 앙금을 만들어 팥양갱을 자식들에게 건넸다. 어머니의 양갱을 처음 먹은 순간에 대해 묻자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맑은 눈빛으로 양갱의 맛이"달달한 게 마치 입에 살살 녹아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고 답했다. 현재 학당마을에 사는 서정숙 여사는 교직에 계신 부친이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수동면, 안의면 등 함양 이곳저곳에서 터를 옮겨 왔다. 그러다 함양읍에 사는 부군을 만나 함양읍 교산리의 학당마을에 정착했다. 가족과의 추억이 함양 곳곳에 서려 있는 탓에"자기 고향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라 되물을 정도로 남다른 애향심을 가졌다. 함양주민자치회, 함양농협 고향을사랑하는주부들의모임 등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도 활발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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