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부였던 엄마, 이 글은 불행한 개인사가 아니다 전쟁_같은_맛 김치 조현병 기지촌_여성 전쟁신부 윤일희 기자
비가 무섭게 때리던 지난 토요일 부고를 받았다. 파주 기지촌 생존자였던 한 분이 임종했다는 소식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빈소를 찾았다. 장례식장 로비에 들어서자 고인의 영정사진과 빈소를 안내하는 알림판이 보였다. 알림판엔 한국 이름 대신 기지촌에서 불렸던 영어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른 조문이었는지 조문객은 없었다.
엄마는 당시 이민자나 아시아인이 단 한 명도 없던 마을에 정착하면서부터 백인 주류 문화에 압도당했다. 마을의 유일한 이민자이자 한인이었던 이들 가족의 삶 자체가 '마을의 스캔들'일 정도로 만인의 눈초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는 이민자의 고유한 정체성 따위는 무시했고, 당연한 듯 동화를 강요하며 제대로 된 미국인이 되는지 감시했다. 군자씨는 고군분투했다. 자신의 과거를 상쇄하는 일은 아이들을 성공시키는 일이라 믿었다. 야간 근무하는 직장을 11년간 다녔다. 고된 노동 후에도 들로 나가 블랙베리와 버섯 등을 채취해 이를 팔아 수입을 올렸다.조현병에 걸린 군자씨
총명했던 조 교수는 심리학 책을 몇 권 독파한 후 그의 증상을 조현병으로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조현병에 관한 책은 그의 병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주류 정신의학이 주장하는 조현병 청소년기 유전학적 발병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조현병 발발이 가족력 때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고, 이 기준으로는 당시 45세였던 군자씨에게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붙일 수 없었다. 엄마의 역사와 조현병과의 연관성을 좇던 조 교수는 군자씨의 생애가 그저 불행한 한 개인사가 아님을 자각하게 된다. 군자씨는 식민지 시기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갔던 부모의 딸로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 후 네 살에 귀국했다. 이은 전쟁으로 오빠와 아버지를 잃었다. 전쟁 통에 가족과 헤어지게 된 그는 어린 난민이 되어 혼자 집에 돌아왔다.
조 교수는 엄마의 조현병의 한 발원지로 셔헤일리스 그린힐 소년원을 주목하게 된다. 그가 조현병을 얻기 전 11년간 밤에 일했던 그곳에서 무수한 폭력이 일어났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가 종종 혼잣말로 했던"그린힐에 있는 나쁜 사람들"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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