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아이돌 그룹 출신의 수민, 사랑, 태희는 제주에서 늦깎이 수학여행을 떠나지만, 겪는 소소한 사건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각자의 고민을 뒷받침한다.
지난 며칠간 여의도 국회 앞 집회 현장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건 피켓 대신 응원봉, 민중가요가 아닌 K-POP 리듬이었다. 외신에선 시위가 아니라 거대한 노상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했다며 놀라워하기도 한다. 2세대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데뷔곡 는 고만고만한 히트송에서 21세기 저항가요로 재해석되기에 이른다. K-POP 의 인기는 그동안 절대 범접할 수 없다고 여기던 음악산업의 심장부, 미국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기에 이른다. 전성기 J-POP도 달성하지 못한 성과다. K-POP 열풍을 타고 국위 선양이라며 모두가 앞다투어 격찬하고 자긍심에 벅차오른다. 일본의 권위 있는 연말 '홍백가합전'은 지나치게 K-POP 가수가 많이 출연해 자국 아이돌 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푸념이 대두하고, 본고장 미국에서도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인기 팝 가수 브루노 마스와 공연한 'APT' 열기가 만만치 않다. 그렇게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된 K-POP 은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음악산업과 아이돌 육성책을 (마치 한국이 과거 제조업 기술을 벤치마킹하던 방식대로) 수용하고 재해석한 후발주자로선 최상의 성과인 셈이다. 물론 이런 음악산업의 상징은 전면에 나서는 가수들이다. 선진적인 기법 도입과 타국은 상상하지 못할 극한의 수련을 결합한 K-POP 가수들의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이는 어릴 적부터 국가대표 스포츠 선수를 키우듯 혹독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문제 역시 같은 궤를 따른다. 성공하지 못하면 이들의 인생은 보상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망돌(망한 아이돌)'은? 데뷔도 해보지 못한 연습생은? 은 화려한 조명에 가려진 대다수 아이돌 지망생의 후일담을 그리는 작업이다. 엉망진창 흘러가는 그들만의 수학여행 속 길을 찾다 겨울 초입이지만 야자수 우거져 추위를 잊게 해주는 남쪽 섬 제주. 공항에 세 명의 청춘 남녀가 내렸다. 초행길인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이들은 게이트를 빠져나와 숙소로 향한다. 버스를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창밖을 응시하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세 사람. 이제 목적지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다. 아뿔싸! 셋 중 막내가 캐리어를 두고 내렸다. 뭐 찾으면 된다며 애써 사태를 수습한 일행은 독채 숙소에 짐을 푼다. 그들은 이제 생전 처음 누리는 제주 여행을 즐길 참이다. 그런데 20대 중반쯤 됨직한 이 셋의 행태가 좀 수상쩍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이들은 주변을 살피며 신경을 쓰는 눈치다. 그들의 정체가 알려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걸까? 연예인이라도 되는 걸까? 대체 왜 저렇게 편하게 여행을 즐기지 못한 채 사람들 이목을 신경을 쓰는지 모를 일이다. 사실 그들은 연예인으로 불리는 부류에 속하는 건 맞다. 심지어 아이돌 그룹 구성원들이기까지. 다만 그들이 '망돌(망한 아이돌)'이라는 점이 예상과 조금 벗어날 뿐이다. 이들은 각각 이미 해체했거나 껍데기만 남은 남녀 아이돌 그룹 출신이다. 여성 둘은 '러브앤리즈'의 '수민'과 '사랑', 청일점 청년은 '파이브 갓 차일드'의 '태희'다. 이들은 학창시절 남들처럼 학교생활을 경험하지 못했고, 수학여행도 따라갈 수 없었다. 이제 26살이 된 동창 수민과 태희는 후배 사랑과 함께 그들만의 늦깎이 수학여행 길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여행계획은 출발부터 삐걱거린다. 사랑의 캐리어 분실은 시작에 불과했다. 밥을 먹다 옆 테이블과 시비가 붙고 그 위자료를 지급할 처지라 어렵게 긁어모은 여행경비는 허공에 증발한다. 숙소를 급히 저렴한 곳으로 옮기고 밥값을 벌기 위해 귤 수확 아르바이트를 뛰며 호구지책을 마련하느라 느긋한 여행은 글렀다. 대신 뜻밖의 인연들을 만나고, 이번 여행의 근본 목적이기도 한 새 출발을 위한 고민도 이어진다. 이 여행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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