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 체스 배움 한제원 기자
나이가 들수록 옛 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때가 많다. 그중 하나가 배움에도 때가 있다는 말이다. 예전에, 내가 한창 배울 때는 몰랐다. 지금 내가 배우는 때라는데, 이렇게 놀고 싶은 것도 많고, 친구와 할 얘기도 많고, 공부 말고도 궁금한 것 투성이인데 왜 하필 지금이 배우는 때인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영어는 영화 에 있는 기억저장소에서 꺼내다 쓴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장기 기억 저장소에 묻혀 있는 나의 학창 시절 영어 학습의 기억들과 아이들을 집중시킬 만한 모든 에피소드들을 고서적 찾듯 열람하여 꺼내와 수업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목소리가 커지고, 표정이 편안해졌을 뿐, 새로 배운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른바 꼼수를 부리는 것, 이를 테면 도미솔을 쳐야 하는데 손이 아프니 도와 솔만 치는 격으로 나는 악보를 잘 보지도 않고 꼼수만 부렸다. 그리고 정말 식상한 핑계이지만 연습할 시간이 없기도 했다. 일 끝나면 한밤중, 나도 힘든데 기타 학원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최소한 읽고 쓰고 간단한 주문은 내가 해 보고 싶었다. 결과는 대 실패, 아이를 안고 어르며 히라나카 가타카나 외우다가 애를 잃어버릴 지경이라 며칠 하다 포기했다. 그때 절실히 느꼈다. 배움에 때가 있다는 말의 의미를. 나의 때는 이미 지났음을. 아무것도 모르니 열심히 했다. 일일이 써 가며 성조며 발음 연습을 했고, 중국어 어학연수를 가서도 틈틈이 필기와 표현을 정리하고 드라마 한 편을 통째로 외우기도 했다. 시간은 충분했고, 배우려는 의지도 충만했다. 그게 내가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때"였다. 나는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세상을 꾸역꾸역 살고 있는 느낌인데, 아이는 체스를 두며 두 수, 세 수를 앞서 계산하는 것이 신통방통하다. 엄마가 능숙하게 잘하는 것이라야 아이에게 가르쳐 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아쉽다. 잘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배우면 더 잘할 것 같아 근처에 체스 가르쳐주는 곳이 없나 찾아보는데 바둑학원은 많아도 체스 학원은 없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해영 교수 “미국만 믿다간, 우리나라가 먼저 망할 수 있다”급변하는 세계와 다가올 파국을 헤밍웨이 소설의 “처음에는 천천히 다가오다 갑자기 나타난다”고 표현한 이 교수는, 문제는 ‘윤석열 리더십’이라고 직격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매년 4월 단 한달만 볼 수 있다…한탄강 바위 나타나는 '이것' 정체 | 중앙일보단 한 달, 그것도 날씨가 좋은 날 낮에만 잠시 모습을 드러냅니다.\r한탄강 좌상바위 세계지질공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K팝 머글의 덕후 도전기] 나의 ‘최애’를 데뷔시키는 법흔히 ‘덕질 DNA는 따로 있다’고들 합니다. 타고난 기질에 따라 덕질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나뉜다는 것이죠. 그래서일까요.‘덕후’와 ‘머글’ 사이에는 거대한 강이 흐릅니다. 머글에게 덕후의 언어는 마치 외국어 같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외교관도 피격 대상 됐다…거리에 시신 널린 수단, 내전 격화 | 중앙일보치안이 극도로 악화하자, 주요 국가들은 자국민 후송 조치에 돌입했습니다.\r수단 내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