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식물에 새겨진 일제의 잔재
뜨락에 핀 봄꽃이 예쁩니다. 바라보면 생기가 전해집니다. 수선화, 동백꽃,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큰개불알꽃. 참 다채롭죠? 한창일 땐 수많은 이름을 다 기억하기 벅찹니다. 내 뜰에서 자라는 식물이니 내 맘대로 이름을 붙이면 좋으련만... 아무튼 불러보면, 더 친근해집니다. 그러다 보니 궁금해집니다. 꽃 이름은 어디서 온 걸까요?
추사 김정희의 수선화 사랑은 지극해서 많은 편지와 시화로 그 마음을 남겼습니다. 제주도 유배 시절 지천으로 핀 수선화에 빠져 지냈는데, 한양에선 흔치 않던 수선화를 보리농사에 방해되는 '몰마농'이라며 잡초 뽑듯 해서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우리나라도 수선화 자생지임이 기록으로 남았습니다.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홑동백은 간결한데 반해 원예종인 겹동백꽃은 화려합니다. 우리 집 마당엔 한 그루에서 흰 꽃과 붉은 꽃이 같이 피는 동백나무가 있어 신기하고 상서롭게 여기고 있습니다. 사계절 윤기가 흐르는 진녹색 잎 사이로 붉은 잎과 노란 꽃가루주머니까지, 충분히 동박새를 홀릴 만합니다.
동아시아가 원산인 동백나무는 일본을 통해 카멜이 유럽에 소개했다 해서 카멜리아, japonica가 붙었습니다. 'L.'은 학명을 붙인 식물분류학자 린네고요. 먼저 목록에 올린 사람이 그 식물 이름을 영구히 차지하는 바람에"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처럼 우리는 꽃을 보며 뉜지 모를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양 사람들에게 당한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략한 후, 이런 행태를 그대로 시전합니다.개나리도 피었습니다. 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에 있는 '암수한그루'로 수술의 모양으로 구분합니다. 무더기로 핀 개나리꽃 속에서 암수를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개나리의 학명은 'Forsythia koreana Nakai'입니다. 라틴식 표기인 koreana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고유 식물이지요. 나머지는 식물학자들의 이름이고요. 문제는 'Nakai'입니다.
'korean rosebay'라 불리는 진달래의 학명에도 'Nakai'가 붙어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 식물학자들이 우리 고유 식물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것이죠. '알면 진정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잘 보인다'는 정조 때 문장가 유한준의 글처럼, 알고 나니 식민 잔재가 이렇게 뿌리 깊다는 사실에 화나고 서글퍼집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봉하마을에서 봄의 정취를 느껴보세요소박한 아름다움... 봄꽃 활짝 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양파 포기하고 수선화 심은 주민들... 그 놀라운 결과주민과 행정이 함께 일궈낸 '가고 싶은 섬, 선도의 봄꽃 향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눈이 내렸나 했더니 마을 전체가 꽃이네광양 매화마을에 가득 핀 백매화와 홍매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이승만기념관 건립 논란과 '친일파와 반민특위'역사문제연구소 이강수 지음 '친일파와 반민특위, 나는 이렇게 본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벌써 봄꽃 시즌? 머뭇대다간 한방에 훅 진다...새내기 명당 어디 [여프라이즈]빨라도 너무 빠르네요. 그야말로 ‘봄꽃 과속 스캔들’입니다. 그래서, 3월초에 봄꽃 트렌드를 정밀 분석해 드립니다. 아예 한국관광 박데이터랩에 ‘현미경’을 갖다 댔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트렌드와 핫플레이습니다. 놀라온 곳들이 많네요. 어어, 하다 한방에 훅 지는게 봄꽃입니다. 서둘러 다녀오시길. 봄꽃, 어떻게 즐기는지 봤더니올해는 더 서둘러야 합니다. 봄꽃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인생에서 후 순위 결혼 한 이유... 함양에서 아이 키우려면 '이것' 필요해'[청년들 너의 생각이 참 궁금해] '결혼,출산' 주제... 7명 좌담회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