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목소리를 담은, '팔현 반상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금호강은 산업화의 아픔을 겪은 곳이다. 그것도 심하게. 섬유산업의 본고장 대구답게 금호강을 따라 우후죽순 들어선 섬유공장들. 거기에 설상가상 포항제철에 공업용수를 댄다는 명분으로 1980년 금호강 상류에 영천댐이 들어서면서 강물마저 끊어졌다.
섬유공장 오폐수가 그대로 금호강으로 유입되었고 영천댐의 영향으로 강물을 줄어들자 금호강은 순식간에 썩어갔다. 그로 인해 많은 생물종들이 사라져갔다. 물고기가 떼죽음하고 강바닥 생명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악취가 풍기는 시궁창 금호강은 생명들이 살 수 없는 강이 되었고, 사람들마저 외면했다. 금호강은 그렇게 쓸쓸히 죽어갔다.그런 금호강이 다시 살아났다. 1991년 식수원 낙동강서 터진 폐놀사태가 계기가 됐다. 우리사회는 식수원이기도 한 강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댐으로 막혔던 강으로 댐에서 강물을 다시 흘려보내기 시작했고, 때마침 섬유산업도 쇠락해가자 금호강은 조금씩 조금씩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자 강물에서 악취도 사라지면서 사라졌던 생명들도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조개와 다슬기 같은 저서생물들부터 급기야 금호강 대구구간서 멸종됐던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 얼룩새코미꾸리마저 돌아오면서 금호강은 새롭게 되살아났다. 기적이었다.금호강의 부활과 함께 많은 생물들도 다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인간 개발로 인해 숨어들 수 있는 도심의 거의 유일한 땅인 이곳은 야생생물들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었다. 다행히 팔현습지는 산과 금호강이 온전히 연결되어 있어 야생 동물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호강 전체에 법정보호종 야생생물 13종이 살고 있는데, 그 중 12종이 팔현습지에서 목격된다. 여기에 최근에 참매와 검독수리까지 목격돼, 금호강 대구구간 전체보다 더 많은 총 14종의 법정보호종이 이곳 팔현습지를 기반으로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금호강 대구구간에서 가장 생태적 온전성이 살아있는 곳 중 하나가 팔현습지인 이유다. 그런데 이렇게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금호강에 또다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금호강 르네상스'란 이름으로, 하천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금호강을 다시 죽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홍준표 시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사업과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역시 밀어붙이고 있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이 그러하다.연극 '팔현 반상회'는 금호강 팔현습지에 사는 야생의 친구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들 야생의 친구들이 팔현습지에 불고 있는 인간 개발 바람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고 그들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모여 앉은 것이다.
'팔현 반상회'에서 그들도 우리 인간들처럼 감정이 있는 생명들로서 온갖 희로애락을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강이란 어떤 곳이고 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팔현 반상회'는 현대판 우화다.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들이 모두 떠나고 결국 우리 인간들만 덩그러니 남은 쓸쓸한 현실을 목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팔현 반상회'에서 들려주는 그들의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시기를.한편, '팔현 반상회'는 '금호강 디디다' 예술행동팀이 기획한 것으로 지난 10월 22일 금호강 팔현습지 기념행사 현장에서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공식 낭독회를 가졌고 그 외에도 여러 차례 낭독회를 가졌다. '팔현 반상회'는 곧 대본집으로 묶여 책으로 출판된다. 그리고 좋은 연출자를 만나 공연으로 올려질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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