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아빠에게 대범한 딸이 보낸 편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아침에는 오지 않던 비가 수업을 마칠 무렵 억수같이 쏟아졌다. 종례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내가 일어섰다. 난 4학년 1반 반장이었다. '차렷, 경례' 구호를 하려는데 교실 뒷문이 열렸다.아버지였다. 우산을 가지고 교실 뒷문을 열어젖히며 큰소리를 내 이름을 불렀다. 쪽팔렸다. 쪽팔려 죽을 것만 같았다. 얼굴은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붉게 닳아 올랐다.아버지는 후줄근한 작업복 바지에 오래된 남방셔츠를 입고 맨발에 황토색 흙이 잔뜩 묻은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면도도 하지 않은 시커먼 얼굴에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들고…
"아빠가 부끄러워? 그래, 아빠가 부끄럽겠지. 니네들이 아빠가 부끄러우면 내가 안 갈게. 엄마랑 셋이서 갔다 와. 그래, 앞으로는 이 부끄러운 아빠는 여행도 함께 가지 않고 조용히 숨어서 지낼게. 부끄럽게 해서 미안해.""참 못났다. 여보, 왜 그래? 아이야. 초등학교 4학년 아이라고. 그런 생각 할 수 있잖아!"아내는 사정사정하며 나를 끌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괜한 질문 한 방에 날벼락을 맞은 큰애는 말없이 탕수육을 씹고, 짜장면 면 줄기를 입안으로 빨아들였다. 눈치가 빠른 둘째 녀석은 쥐 죽은 듯 조용히 우동 국물을 들이켰다. 그렇게 오랜만의 가족 외식은 힘없는 젓가락질과 쉼 없이 이리저리 굴러가는 눈동자와 대화라고는 전혀 없는 음식 흡입 소리만 번잡하게 울리며 끝이 났다. 스스로 찌질하고 못났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속이 상한 것은 숨길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내 방에 들어와 혼자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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