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사건 피해자인 열일곱 살 민지는 일상에서의 불편함을 겪고 있다. 사건 이후 그녀는 심리적 고통과 교실에서의 불편함을 호소한다. 그녀의 일상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으며, 이러한 상황은 교실 내 분위기와 그녀의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
그 아이의 일상이 지워졌다. 더는 SNS에 추억이 담긴 사진을 공유할 수 없고, 교실에서 친구들과 마음 편히 수다 떠는 게 두렵다. 댄서가 돼 무대에 서겠다는 꿈도 사라졌다. 지난여름, 우리 사회를 분노케 한 딥페이크 사건 피해자들의 지옥 같은 풍경이다. 사회적 관심은 계절이 바뀌며 싸늘하게 식었고, 홀로 남겨진 10대들은 더 기댈 곳이 없다.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는 어린 피해자와 가해자가 유독 많은 국내외 딥페이크 사건 그 후를 추적했다. 디지털 성범죄 는 교실 안 풍경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선생님은"모자를 벗으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고교생 이민지에게 소리를 질렀다. 분명 교권을 침해하는 일이었지만 아이에게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일러스트=신동준 기자지난 6월, 기말고사 시험 종료까지 3분쯤 남았을 때 감독 교사는 모자를 쓴 채 문제를 풀던 민지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아이는 주저하다 대꾸했다.같은 반 학생 20여 명의 시선이 동시에 민지 얼굴로 향했다.
지난해 12월 친구들과 서울의 놀이공원에 놀러갔을 때 기념품 가게에서 산 머리띠를 하고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찍었던 모습. 하지만 몸은 자신이 아니었다. 비현실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김기태는 민지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수업 시간에 수시로 장난치며 분위기를 흐리던 아이로 기억한다. 지금은 학교도 다르다. '졸업 후 한 번도 본 적 없는 애가 왜 나한테 이런 짓을 했지?' 민지가 혼란스러워하며 즉답하지 않자, DM방의 상대는 의기양양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김기태가 엑스에 '지인능욕방을 만들어 민지의 딥페이크 사진을 게시했는데 자신이 접근해 이름과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 등을 공유받았다는 것이다. 민지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김기태는 벌을 받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이미지 확대보기민지와 부모는 경찰서에 달려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더 기막힌 일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민지의 단짝 송지연은 김기태와 같은 학교 한 반이었다. 사정을 뻔히 아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생활하는 가해자의 모습에 부아가 치밀었다. 그러다 사달이 났다. 친하게 지내던 남자아이가 메신저로 김기태에 대해 묻자 대답하는 과정에서 심한 욕을 했다. 이를 전해 들은 김기태는 지연이 자신을 따돌렸다며 지난 5월 학교에 신고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지연에게 학교 내 봉사 4시간을 명령했다. 딥페이크 가해자가 학폭 피해자로 뒤바뀐 순간이었다.소정은 가해자의 자퇴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 허탈감에 빠졌다. 김기태가 민지와 다른 학교에 다녔던 데다 경황이 없었던 탓에 딥페이크 범행을 아직 학폭으로 신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기태의 고교 생활기록부에 '죄의 기록'을 남길 방법은 영원히 사라졌다. 가해자가 학교를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민지가 소정에게 물었다.민지 부모의 마음은 더 급해졌다.
가해자가 떠난 학교는 남은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는지 조용했다. 2학기 개학을 얼마 앞둔 8월, 온라인에는 '딥페이크 피해 학교 명단'이 떠돌았지만, 피해 사실 전수 조사 등 별다른 대처는 없었다. 두 차례 진행된 학교폭력 피해 전수조사도 딥페이크에 대한 항목은 빠진 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경기교육청도 학교폭력 및 딥페이크 신고 안내 등의 내용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12차례 보냈을 뿐, 별도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피해 학생이 학폭위 신청을 하지 않아서 기태에 대한 학폭위가 열리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절차상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혀야만,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경기 교육청이 딥페이크 사건이 연달아 알려진 지난 9월 이후 보낸 가정통신문들. 딥페이크 피해 신고 방법 등이 담겼으나 학부모와 피해 학생들은 형식적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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