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몸 살피던 부검의가 한 말... 무너진 해병대의 자부심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최용규 최승규 해병 손우정 기자
한 살 터울의 형제는 성격이 달랐다. 운동신경이 뛰어났던 형 최용규는 야구를 하며 인기도, 친구도 많았지만, 동생 최승규는 책을 좋아하는 내성적인 아이였다. 형 최용규가 지역에서 야구로 명성이 자자하던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최승규는 최용규와 초중고를 함께 다니며 늘 형에게 의지했다. 덩치 큰 친구들이 최승규를 괴롭힐 때면 항상 형이 나서 혼내줬다.대학 야구선수가 된 형 최용규는 프로선수가 될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불같은 성격이 결국 사고를 쳤다. 훌쩍 떠나고 싶었다. 가장 편한 도피처는 군대였다. 빨리 입대할 수 있는 곳을 찾았더니 해병대였다. 자원하고 채 한 달이 안 되어서 최용규는 귀신 잡는 해병이 됐다.
빈말은 아니었다. 최용규에게 해병대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신병 때는 힘들었지만, 고참이 되면서 달라졌다. 신병이 힘든 만큼 고참이 편해지는 것이 그 당시 군대였다. 최용규에게 군대 기억은 제대하기 3개월 전, 모든 것에서 열외 된 순간만이 남아 있었다. 동생 역시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모르고 가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날이 밝자 허겁지겁 서울로 올라와 친척을 만나 김포로 갔다. 둑길 위에 천막이 처져 있었고 그 안에는 몸의 모든 구멍이 솜으로 채워진 동생이 누워있었다. 의사로 보이는 남자가 부검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정신을 놓았고, 아버지도 차마 아들의 배를 가르는 것을 보지 못했다. 결국 최용규만 남았다.그제야 얼마 전, 동생이 보낸 편지가 생각났다. 한 번 부대로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선임들이 괴롭히나?'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매일 같이 새벽에 퇴근하던 때라 '바쁜 거 끝내고 곧 가야지'하고 말았다.
자대배치 3개월도 안 된 졸병이 보초를 서면서 잠을 잔 것은 군기가 빠져서가 절대 아니었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는 최승규를"스스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하여 학급 일을 솔선하여 잘하며 책임감이 강한 학생"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최용규는 동생 죽음의 발단이 된 '졸음'이 해병대의 '곱빼기 근무' 때문이라고 했다. 애간장을 녹인다는 말이 있다. 간과 창자를 녹일 정도의 아픔이라는 의미다. 몇 달을 술과 함께 보낸 아버지의 배가 어느 날 불쑥 솟아올랐다. 부산의 큰 병원으로 가서 CT를 찍어보니 간경화에 췌장이 망가졌다. 정말로 간장이 녹은 것이다. 1985년 1월, 소스라치게 추웠던 날, 아버지는 영원히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됐다. 아들을 잃은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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