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냐 민주주의냐,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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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국회의사당 앞과 여의도 일대는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 쿠데타’에 항의하고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군사독재 시대를 경험한 중·노년층부터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 청년들과 중고등학생들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한 자리였다

지난 주말 국회의사당 앞과 여의도 일대는 윤석열 정권의 ‘비상계엄 쿠데타’에 항의하고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군사독재 시대를 경험한 중·노년층부터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 청년들과 중고등학생들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한 자리였다. 놀라웠던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인파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불과 며칠 전에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총을 겨누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생기와 자신감이 넘쳤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어리석고 난폭한 대통령 한 명이 홧김에 어설픈 계엄 선포를 했다가 정당, 언론, 시민사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저지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집권세력은 오래전부터 민주주의 헌정체제를 전복하고 권력을 영구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했으나, 군 지휘체계의 여러 지점에서 비동의, 항명, 불이행, 혼란, 우연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생긴 작은 기회 공간 안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라는 헌법적 명분이 가까스로 성립된 것이다.군이 일단 대세를 장악하면 상당 기간 독재하의 자유 상실을 막을 힘이 없다. 1961년 5·16 쿠데타에서 박정희 소장은 단 3700명의 군인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18년 독재를 개시했고, 1979년 12·12 쿠데타는 정치권과 사회 각계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군이 얼마나 신속히 테러 지배를 구축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12·3 비상계엄은 ‘실패한 쿠데타 시도’일 뿐인가? 아니다. 한국 민주주의와 헌법체제는 현재까지 ‘계엄 해제’만 성공했을 뿐, 쿠데타 세력에 대한 체포, 수사, 처벌을 시작도 못 했다. 집권세력은 헌정질서를 파괴하고도 여전히 공적 직위와 헌법적 권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상황이 극복되기 전에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말할 수 있는 ‘회복’이 성립되지 않는다. 한국은 지금 내란 세력과 집권당의 담합으로 통치되는 권위주의 체제의 상태에 놓여 있다.어떻게 하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가?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질문은 “왜 윤석열은 그렇게 했는가?”가 되어선 안 된다. 야권이 대통령 퇴진을 압박해온 데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논리에는 큰 위험이 있다. ‘정치의 갈등’과 ‘헌정의 준수’는 완전 별개의 문제다. 어떠한 정치적 불만이 있더라도 그 불만의 표출은 헌정질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오직 헌정체제 자체에 대한 불만에서만 헌정 파괴 행위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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