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연속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은행 개점 휴업 기간 이후 대출 빗장을 풀었지만, 대출 금리는 오르고 있고, 특히 새해 이사 계획을 갖던 데려온 은행인 윤씨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사 계획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직장인 윤모(46)씨는 새해부터 마음을 졸이고 있다. 다음 달 이사를 앞두고 대출을 알아보는데 은행권 대출 금리가 다시 고개를 들어서다. 윤씨는 “새해엔 규제가 풀리고, 대출금리 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해 이사 시기를 다음 달로 늦춘 것”이라며 “이자 부담이 커질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개점휴업’ 상태였던 은행들이 새해 영업을 위해 대출 빗장을 풀었지만, 대출 금리는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2연속 금리 인하에 지난달 초 3%대로 하락했던 주택담보대출 (주담대) 금리 하단이 최근 다시 4%대로 올랐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평균)는 연 4~5.1%다. 같은 달 10일 고정형 주담대 금리(연 3.78~4.85%)와 비교하면 하단 금리가 0.22%포인트 올랐다. 최고 금리도 도로 5%대로 진입했다.
지난해 11월 말 한국은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회 연속 금리를 인하한 효과가 대출 금리에 반영된 것은 한 달이 채 안 된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채권시장이 미국 국채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4.6%를 넘어섰다(채권값은 하락). 7개월 만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불씨가 됐다. 이 여파에 고정형 주담대 준거 금리인 5년 만기 금융채(은행채 AAA 등급) 금리도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다. 은행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 2억으로 확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연 2.889%까지 하락한 은행채 금리(5년물)는 지난달 말 다시 3% 선을 뚫고 연 3.1%대까지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들썩이자 대출 금리도 뛰고 있다”며 “이달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한 오름세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있다. 연초 시중은행이 일부 대출제한 조치를 풀고 ‘신규 대출자 모시기’ 영업에 나서고 있어서다. 새해부터 공급할 수 있는 신규 대출 한도(총량)가 부과되면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3%대(전년 대비, 정책대출 포함)로 관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하나·우리은행은 일제히 모기지보험(MCI·MCG)을 연초부터 실행하는 주담대에 다시 적용한다. 모기지보험이 적용되면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임차보증금을 빼지 않아도 돼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서울은 대출 한도가 5000만원 정도 늘어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도 확대된다. 신한·우리은행은 한도를 2억원으로 늘리고 국민은행은 한도를 폐지한다. 예비 대출자의 관심은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가산금리도 낮출지다. 상당수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지난해 7월부터 넉 달 동안 가산금리를 1%포인트 이상 인상했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낮추면 대출 금리도 떨어진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영업을 재개하고 한두 달 지나도 높은 금리에 (소비자의 반응이) 미적지근하다면 가산금리를 소폭 낮추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아 실수요자 중심으로 ‘대출 숨통’은 트였지만, ‘대출 문턱’이 사라졌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는 게 은행권 시각이다. 금융당국이 올해처럼 가계대출이 특정 시점에 쏠리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연간 단위로 관리하던 은행별 대출 한도를 올해부터 ‘월별·분기별’로 더 촘촘하게 관리한다. 시중은행이 대출규제의 핵심인 주담대 만기제한(30년)을 비롯해 다주택자 주담대, 갭투자 목적의 전세대출 제한 등을 여전히 풀지 않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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