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페이지는 잘 넘어갔다. 그래도 좀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전을 빈번히 쓰지 말고 한 100페이지 즈음 줄였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를 읽다 든 생각이다. 작가적 능력은 인정, 그럼에도 할 말만 딱 짧게 쓰고도 재미와 감동을 다 잡아...
페이지는 잘 넘어갔다. 그래도 좀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전을 빈번히 쓰지 말고 한 100페이지 즈음 줄였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를 읽다 든 생각이다. 작가적 능력은 인정, 그럼에도 할 말만 딱 짧게 쓰고도 재미와 감동을 다 잡아내는 '클레어 키건'식 스타일은 참고할 만하다.백인이 중국계 작가라는 정체성을 부러워한다는 설정은, 비록 소수일지라도 아시아계 미국 여성 작가의 출판계 내 위상이 높아졌다는 뜻이거나, 백인 여성 작가를 경유해 출판계 내 아시아계 여성들의 치열한 경쟁과 이용 당하고 이용하는 속 사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위한 장치인지도 모르겠다. 여튼 소설은 글쓰기에 관한 치열한 욕망을 그리는 동시에, 누가 글의 온전한 주인인지와 작가의 문화적 유산의 소유권을 질문한다.
이때 디아스포라 정체성은 작가적 성공을 거두게 하지만, 의 저자 캐시 박 홍의 비판처럼"인종 정체성의 순수성을 가정, 인종 정체성을 지적 재산권으로 전락시킬"수도 있다. 유색 인종 작가로서 백인성을 탈 중심화하는 글쓰기에 무수히 도전하지만, 결국 백인의 감정을 상하지 않는 선을 지킨 작품만이 출판계의 러브 콜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인 이민자의 후손인 정이삭이 부모의 디아스포라를 다룬 영화 가 미국 내 큰 호감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 소설의 핵심 아이디어는 내 것이 아닐지 몰라도, 이 소설을 부활시킨 사람, 거친 원석을 다듬어 다이아몬드로 만든 사람은 나였다"고 자기 확신을 강화한다. 일면 맞는 말이다. 다만 초고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고, 그것도 초고의 주인이 유명을 달리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가져왔다는 것은, 소설의 저작권이 누구의 것인가를 넘어선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지만 말이다.
두 권의 소설이 모두 친구 아테나의 유산이라는 것이 들통나고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주니퍼, 하지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는 법인가. 그는 아테나가 팬덤에 오른 소설들이 타인의 삶을 통째로 표절했다는 진실을 알고 있다. 인기를 끌었던 한 소설은 그가 아테나를 믿고 고백한 강간 사건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었으니 말이다.주니퍼가 재기의 수단으로 비장하게 고안한 소재는 유사 자서전으로 아테나 죽이기 폭로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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