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백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과거에 일어난 사고들을 분석하고 예방 조치를 실행하는 프로세스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 속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흘렀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의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644명. 직전 해인 2021년보다 20% 가량 줄어들긴 했지만, 사고 유형을 살펴보면 여전히 재래형 사고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초적인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벌어지는 사고들이다.
▲ 평택 제빵공장서 숨진 20대 근로자 추모제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지난 15일 소스 교반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근로자 A씨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2022.10.17 ⓒ 연합뉴스최근 ESG 기반 투자가 세계적인 추세지만, 한국 기업은 산업안전 영역에서 참고 자료가 없어서 제대로 된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정부에서 공개하는 데이터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기업 역시 하청회사의 산재 정보를 숨기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살펴볼 수 있는 '사망 및 재난조사 요약'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법을 위반했는지 알리는 언론보도가 나올 때마다 반경 5km 내에 위치한 같은 업종 사업장의 법 위반 사항이 73%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감소 효과는 특히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웃 사업장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 같은 문제가 우리 사업장에서 반복되지 않도록 노동조합의 안전 개선 요구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공개 시점이 너무 늦다는 문제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매년 한 차례 자료를 공개하는데, 2022년 12월에 공개한 '2022년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 공표' 자료를 보면 정작 2021년의 사고 내용을 알리고 있다. 심지어 2017년 사고가 뒤늦게 실리기도 했다. 재판이 확정된 후에야 명단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2~3년 전에 일어났던 사고를 사후에 공개하는 셈이라 시의성 있는 자료로 쓰기 어렵다. 게다가 단순히 표의 내용을 PDF 파일로 공개하고 있어, 바로 데이터로 활용할 수도 없다.다행히 중대재해처벌법에 포함된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실 공표 제도는 내용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보다는 한발짝 나아갔다. 1년에 두 명 이상 사망한 사업장에 한해 공개했던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단 한 사람이 사망하더라도 해당 사업장의 명칭과 발생일시, 장소, 재해의 내용과 원인 등을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표 대상을 '산재 다발 사업장'으로 한정하지 않고 모든 산업재해로 바꿔야 한다. 또한 플랫폼 노동, 농업, 어업 등 그동안 공표 대상에서 빠졌던 업종들을 모두 포괄해야 한다. 그리고 사고의 원인과 내용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표 항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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