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은 내복 차림으로 창문을 두들기는 나를 보자마자 비상 마이크 버튼에 손을 올렸다. 도어락을 볼 때마다 건전지 교체 지시를 알아듣지 못해 모진 고생을 한 기억이 되살아났고, 또 무슨 희한한 해프닝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현관문을 여닫을 때마다 도어락 메시지에 바짝 귀를 기울이는 버릇이 생겼다. 엄동설한 이른 새벽에 내복 차림으로 아파트에서 고립돼 복도와 지하주차장을 30여 분 동안 헤맨 사실을 나는 누구에게도 입 뻥긋조차 하기 싫었다.
최철주의 독거노남 관심 지난해 이맘때 설을 며칠 앞두고 내 아파트에서 쫓겨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아침 일찍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갖고 들어오려다 현관 손잡이를 놓치는 바람에 꽝하고 문이 닫혔다. 밖에 서서 현관문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렀는데 잠깐 빛이 반짝하더니 반응이 없었다. 두 번째 시도했을 때는 아예 번호판 숫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갑자기 얼음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 머리가 쭈뼛했다. 정신을 차리고 세 번째 비밀번호를 누를 때 손가락에 경련이 일었다. 현관문은 철판처럼 우뚝 서서 내게 아무런 신호음도 들려주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층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종종걸음을 쳤다. 온몸이 덜덜 떨려 양손으로 가슴팍을 비벼대는 내 꼴이 수상하게 보였던지 차를 몰고 출근하는 운전자들의 수상쩍어하는 시선이 따가웠다. 주간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사무실이 비어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발길을 돌려 건물 입구 쪽 경비실로 뛰었다. 경비원은 내복 차림으로 창문을 두들기는 나를 보자마자 비상 마이크 버튼에 손을 올렸다. 괴한이 출현했다고 신고라도 할 태세였다.경비실 창문에 얼굴을 바짝 대고 큰소리를 지르자 경비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나를 훑어보더니 문을 열어주었다. 덜덜 떨고 있는 내 꼴이 처량해 보였던지 패딩 제복을 내게 씌어 주었다. 도어락 건전지가 다 닳아서 문이 꼼짝도 안 한다는 설명을 듣자마자 그는 무심하게 툭 뱉었다.하지만 나는 그런 걸 들은 기억이 없었다. 도어락에서 뭔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 적은 있지만 그게 건전지를 바꿔 끼우라는 메시지인 줄은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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