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는 이유

내가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는 이유 보건의료 인력부족 간호사 응급실 병원 임애란 기자

사람들은 대학병원 응급실 간호사라고 하면"힘들겠다","무섭다","독할 것이다","불친절하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일부는 인정이 되는 부분도 있고, 일정 부분은 억울한 점도 있다. 나도 내가 어떤 모습인지 잘 모를 때가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무섭고, 독하고, 불친절한 게 맞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그런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소리가 끝나기 전에 몸이 먼저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커튼을 열어보니 환자가 침대에 누운 채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맥박을 촉지하려고 서혜부에 나의 손가락을 대보았으나, 느껴지지 않음을 알았다. 소생실에 들어간 환자의 몸엔 곧바로 여러 줄의 모니터가 붙여지고 수액이 몸에 꽂히고, 의사는 모니터의 심전도를 보자마자 발판 위로 올라가 가슴압박을 시작한다. 수액과 심폐소생술에 쓰이는 약을 주입하고 호흡을 도와주기 위해 환자의 입에 앰부 마스크와 백을 연결하여 충분한 산소를 주입하였다. 아들에게는 차마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했다는 말을 못했다. 아니, 안 했다. 놀라서 병원으로 오는 길이 불안과 초조함으로 가득 찰 생각을 하니 말을 할 수 없었다. '택시 타고 오시라고 할 걸 그랬나?' 잠깐 불안함도 밀려왔다. 전화기를 돌려주며 보호자에게 말했다.보호자 분이 '고마워요'라고 하셨다. 손과 발은 환자를 처치하면서 시술준비를 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미안함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오히려 나에게 고맙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며 '고맙다고? 오히려 내가 미안한데, 나에게 고맙다니...' 뭐라고 답을 드려야 할지 몰라"네"라고 하고 자리를 떠났다. 혼란스러운 상황속에서 환자는 시술을 위해 '심장혈관조영실'로 이동했다.시술하는 동안 도착한 아들은 환자의 상태를 듣고 싶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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