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오징어가 아니다... 오징어 유니버스의 붕괴 오징어튀김 갑오징어 준치 반건조오징어 제주오징어 강윤희 기자
제주도 동쪽 해안가를 달리다 보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오징어가 빨래처럼 펄럭이며 줄지어 걸려있다. 몇 년 사이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목화휴게소'. 해풍에 말린 반건조 오징어를 즉석에서 맥반석에 구워내 판매하는 곳으로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야외 테이블에 앉아 캔맥주를 곁들여 먹는 부들 촉촉 쫄깃한 반건조 오징어의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여행에서 돌아와 반건조 오징어의 맛을 잊지 못해 요즘 '힙당동'으로 불리는 신당동 중앙시장의 반건조 생선구이 전문점을 찾았다. 이곳을 유명하게 한 것은 일반 오징어의 3배는 되는 두툼한 반건조 갑오징어구이. 도톰한 게 어찌나 보들한지. 하지만 호사스러운 맛만큼 가격도 가장 작은 게 3만 원 중반으로 비싸 자주 사 먹기엔 부담이다.이참에 집에서 구워 먹어 볼까 싶어 반건조 오징어를 검색하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러고 보면 '오징어튀김'이니 '버터구이 오징어'니 하는 것 중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실오징어'를 사용하는 것이 거의 없다. 분식집이나 냉동식품으로 판매되는 오징어튀김의 대부분은 최대 2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의 '훔볼트 오징어'를 사용한다. 페루 등 남미에서 잡히는 이 오징어는 오래 익혀도 부드럽지만 오징어 특유의 풍미는 없다시피 해 조미를 많이 해 유통된다. 반찬으로 먹는 진미채도, 짬뽕에 들어있는 동전처럼 납작하고 둥근 하얀 살이나 영화관 앞 포장마차에서 파는 커다란 '통문어발'도 훔볼트 오징어라고 한다. 뭔가 지금까지 내가 알던 '오징어 유니버스'가 붕괴되는 느낌이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마른오징어를 물에 불려 만들던 쫄깃한 오징어튀김이나 생물 오징어를 동그랗게 링 모양으로 썰어 튀긴 오징어튀김에선 특유의 오징어 풍미가 났는데 분식집의 오징어튀김은 식감만 있지 오징어 맛을 느껴본 적이 드물다. 맛이 사라졌는데, 그 맛이 사라진 줄도 모른 채 먹고 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본래의 맛을 잃어버렸지만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음식이 얼마나 많을까? 앞으로는 더욱 많아질 테다. 붕괴된 오징어 유니버스 속에서도 반건조 오징어를 향한 열망만은 남아 반건조 '실오징어'를 주문했다. 팬에 버터와 레몬즙과 함께 살짝 구워 먹을까 에어프라이어에 구울까 고민하다 통오징어 튀김으로 만들기로 했다. 시판 치킨 튀김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기름에 노릇하게 튀기면 끝. 치킨 튀김가루 자체에 조미가 되어 있는 데다 반건조 오징어 특유의 맛과 쫄깃한 듯 부드러운 질감이 어우러져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1. 반건조 오징어는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4. 식용유를 냄비에 넉넉히 붓고 170도로 가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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